중국계 글로벌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홍콩 증시 상장을 앞두고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 폐지와 일회성 회계 비용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가운데 유럽까지 저가 직구 규제를 강화하면서 성장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쉬인은 홍콩 기업공개(IPO)를 위한 예비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6년 1분기 9,9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억9,5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해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홍콩 상장 본격화…뉴욕·런던 상장 실패 이후 승부수
이번 투자설명서는 홍콩 IPO를 위한 투자자 설명회와 수요예측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기반이 됐다.
쉬인은 지난 7월 10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홍콩 상장 승인을 받으며 뉴욕과 런던 상장 무산 이후 새로운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다만 회사는 공모 규모와 공모가, 상장 일정, 예상 조달 금액 등 핵심 조건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면세 혜택 폐지…최대 시장 매출 감소
쉬인은 미국의 '디 미니미스(De Minimis)' 제도 폐지가 최대 시장인 미국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800달러 이하 소액 수입품에 대해 관세가 면제됐지만, 2025년 5월부터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서 미국으로 배송되는 중국산 제품에는 10%에서 최대 87.5%에 이르는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회사는 이로 인해 미국 내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고 물류 및 운영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매출 14% 감소…가격 인상 카드 검토
관세 부담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20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8,000만 달러보다 14.3%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연간 기준 29.4%에서 올해 1분기에는 22.5%까지 낮아졌다.
쉬인은 늘어난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도 규제 강화…성장 둔화 우려 확대
유럽연합(EU)도 쉬인에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떠올랐다.
EU는 이달부터 저가 전자상거래 상품에 대해 건당 3유로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산 저가 상품의 불공정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쉬인은 2025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유럽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미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설명서에서 경고했다.
▲회계 비용 제외해도 성장 둔화 뚜렷
1분기 적자의 상당 부분은 3억2,800만 달러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 공정가치 평가 손실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는 상장 전 투자자들이 보유한 우선주의 가치 변동에 따른 회계상 비용으로 실제 현금 유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회계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성장 둔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연간 순이익은 전년보다 38.7% 감소한 2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매출 증가율도 2024년 20.7%에서 2025년 8%로 크게 둔화됐다.
1분기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3.9%에서 올해 2.9%로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쉬인 로고 [로이터/연합뉴스제공] 쉬인 로고 [로이터/연합뉴스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2/32/1023210.jpg?width=1200)
쉬인 로고 [로이터/연합뉴스제공]
▲기업가치 반토막…IPO 흥행 시험대
시장에서는 쉬인의 기업가치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쉬인은 이번 IPO에서 400억~500억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2022년 투자 유치 당시 시장에서 평가받았던 약 1,000억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팬데믹 기간 폭발했던 온라인 쇼핑 수요가 둔화된 데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기업가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 리스크 지속…공급망 의존도도 과제
쉬인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심화 속에서 노동환경과 환경 문제, 플랫폼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규제 압박도 받고 있다.
공급망 협력업체의 근로환경과 과도한 항공 운송에 따른 환경 부담, 쇼핑 앱의 중독성 등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는 노동 착취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위험관리 체계를 강화해 이용자 보호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2025년 기준 전체 순매출의 90% 이상이 중국 내 중앙 물류창고를 거쳐 출하된 제품에서 발생하는 만큼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IPO 자금, 기술 투자와 글로벌 확장에 집중
쉬인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술 고도화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 글로벌 시장 확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일반 운영자금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설명서에는 IDG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 홍산캐피털, 타이거글로벌, 보위캐피털, 브룩필드, 제너럴애틀랜틱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쉬인이 홍콩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관세 강화와 규제 확대, 성장 둔화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