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시장은 오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은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2% 물가 목표 달성까지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며, 정책위원들의 이례적으로 많은 반대표도 연준 내부의 매파 성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 기준금리 동결…시장 예상 부합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물가를 둘러싼 연준의 긴장감은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시켜 줬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위원 12명 가운데 클리블랜드, 댈러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3명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 세 명은 제롬 파월 전 의장의 마지막 회의였던 지난 4월에도 정책 성명에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인물들이다.
▲ 워시 "인플레이션 용납하지 않겠다"
지난 5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워시는 중앙은행 목표인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5년 이상 지속된 상황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최근까지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상승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 성명서 "물가 여전히 목표보다 높다"
연준은 정책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2% 목표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는 지난 6월 성명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경제활동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고용 증가도 노동력 증가 속도와 대체로 일치했고 실업률 역시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 "2% 달성까지 흔들리지 않을 것"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5년 넘게 지속된 높은 인플레이션은 9주 또는 한 달 정도의 물가 둔화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연준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필요하고 적절한 상황에서는 주저 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Photo : [EPA/연합뉴스 제공])
▲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 긍정 평가
워시 의장은 지난 회의 이후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은 시장이 향후 금리 인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연준이 반드시 시장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나 점도표(dot plot)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시장을 형성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준은 특정 시장 움직임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시장 가격 변화를 매우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장단기 금리 흐름 변화
지난 6월 회의 이후 미국 국채시장은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정책 발표 이후에는 흐름이 반전됐다. 2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한 반면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상승하며 수익률 곡선이 다시 가팔라졌다.
특히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20%를 넘어섰다.
▲ 전문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져"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Inflation Insights)의 오마이르 샤리프 대표는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근원물가 상승률이 연율 기준 2% 수준까지 빠르게 둔화되지 않는 한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연준 내부 매파 성향 강화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세 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 점 자체가 연준 내부 분위기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내셔널와이드의 캐시 보스잔치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반대표가 많았다는 것은 정책위원들이 이전보다 훨씬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중동발 에너지 공급 충격이나 AI 투자 확대에 따른 가격 상승은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준은 올해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현재 금리 수준 유지 전략 유지
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유지해 온 현재의 기준금리가 경제 전반의 수요를 충분히 제약하면서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워시 의장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경제 성장률을 높이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재차 언급했지만, 향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 시장, 9월 금리 인상 가능성 57% 반영
회의 전 금융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반영했으며, 동결될 경우 9월 회의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정책 발표 이후 CME 페드워치(FedWatch) 기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57%로 반영됐다.
연준은 오는 9월 회의 전까지 추가로 두 차례의 소비자물가와 고용지표를 확인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 나타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