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원에 최소 1억 달러를 투입할 전망이다.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했던 슈퍼팩 ‘아메리카팩’을 다시 가동하면서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이 선거판에 재등장했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아메리카팩의 새로운 현장 프로그램에 1억∼1억2천만 달러를 쓰는 방안을 승인했다. 우리 돈으로는 최소 1천400억원에서 최대 1천700억원가량에 해당했다.
아메리카팩은 머스크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슈퍼팩이었다. 머스크는 당시 이 조직에 약 2억6천만 달러를 투입하면서 미국 역사상 단일 선거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한 개인 정치 기부자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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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지원’에서 ‘공화당 의회 수성’으로 전략 전환
이번 아메리카팩의 움직임은 2024년 대선과는 성격이 달랐다. 특정 대선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상·하원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 지역을 겨냥했다.
아메리카팩은 알래스카·아이오와·메인·미시간·오하이오 등 5개 주의 상원 선거에 집중할 계획이다.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텍사스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캘리포니아·위스콘신·워싱턴의 하원 선거 지원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상·하원 의석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선거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컸다.
이는 머스크가 단순히 공화당 후보 개인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의회 권력 지형 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 ‘현장 방문·디지털 광고’로 보수층 투표율 독려
아메리카팩은 머스크의 정치 고문인 크리스 영이 이끌며 보수 성향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투표 독려에 집중할 예정이다.
보수층 유권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뿐 아니라 디지털 광고와 우편 등을 활용해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2024년 대선 당시에도 아메리카팩은 경합주 약 6곳에서 1천만 가구를 직접 방문하며 투표 독려 활동을 벌였다. 막대한 자금을 조직적인 현장 활동으로 전환해 실제 투표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방식이었다.
제임스 블레어 대통령 수석 정치 고문도 아메리카팩을 2024년 공화당의 투표 독려 운동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하며 2026년 복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 머스크 ‘직접 유세’ 대신 자금·조직에 집중
이번 선거에서 머스크가 직접 유세 현장에 등장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2025년 위스콘신 주 대법관 선거에서도 전면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이후 자신이 선거 전면에 직접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개인의 대중적 영향력보다 자금과 조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머스크가 정치적 존재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수정했다는 의미도 있었다.
▲ 공화당 ‘자금 우위’에 머스크 자금까지 더해졌다
머스크의 지원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처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이란 전쟁과 경제 문제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진 가운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공화당으로서는 경합지역에서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후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추가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공화당은 이미 민주당보다 슈퍼팩 자금력에서 앞서고 있었다. 현재 공화당 슈퍼팩은 민주당 슈퍼팩보다 약 3억 달러 많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마가(MAGA Inc)’가 별도로 약 4억 달러를 보유한 상황에서 아메리카팩까지 가세하면 공화당의 선거자금 우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 ‘머스크 변수’가 중간선거 판세 흔들 핵심 변수
이번 아메리카팩의 재가동은 미국 정치에서 거대 부호의 자금력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머스크는 단순한 정치 후원자를 넘어 세계 최고 부호이자 글로벌 기업 경영자로서 막대한 자금과 대중적 영향력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컸다.
다만 머스크 개인의 인지도와 정치적 개입이 항상 선거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변수로 남았다. 위스콘신 선거 패배 사례처럼 머스크의 직접 개입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머스크가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아메리카팩을 통한 자금 지원과 조직적 투표 독려에 집중하는 전략은 이런 정치적 역풍을 최소화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선택으로 분석됐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머스크의 ‘1천400억원 이상 실탄’이 실제 의석수 변화로 이어질지는 경합주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수층 투표율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었다. 공화당의 자금 우위에 머스크의 조직과 자금이 더해지면서 중간선거는 정책 경쟁뿐 아니라 ‘돈과 조직의 선거’라는 성격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