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엔화 같은 시점 급등…이례적인 움직임 나타났다
원화와 엔화 가치가 전날 밤 비슷한 시점에 급격히 상승하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이 동시에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한·일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3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오후 10시 20분께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오후 10시 44분께 1,419.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6시께 1,418.0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환율은 이후 반등해 오전 9시 37분 현재 1,430원 선에서 움직였다.
엔화 역시 비슷한 시간대에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당 163엔대에서 움직이던 엔화 환율은 전날 밤 장중 한때 157엔대까지 급락했다. 이후 다시 160엔 안팎으로 올라왔지만 단시간에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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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당국 개입 가능성…시장 안정 목적에 무게 실렸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동시다발적인 통화 강세를 단순한 시장 흐름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엔화와 원화가 거의 같은 시간대에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한·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거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매입·달러 매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통화당국 역시 실제 시장 개입에 앞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레이트 체크'를 진행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강해지는 시점에 원·달러 환율까지 1,410원대로 내려온 만큼 한·일 외환당국이 동시에 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추정할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한·일 외환당국 간 소통이 활발했다는 시장 관계자의 설명까지 나오면서 양국이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공조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 달러 약세가 방아쇠…미국 변수까지 겹쳤다
이번 외환시장 움직임에는 당국 개입 가능성뿐 아니라 미국발 달러 약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을 밑돌면서 달러화가 약세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달러 가치가 약해진 상황에서 엔화와 원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한 강세 압력이 동시에 커졌다는 분석이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9.985로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밑돈 것은 지난달 17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었다.
이는 최근 외환시장의 방향이 단순히 개별 국가의 통화정책만으로 결정되는 상황이 아니라 미국의 금리와 경기 전망, 달러 가치 변화에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 환율 안정과 시장 개입 사이…당국 대응 시험대 올랐다
이번 원화와 엔화의 동반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기 흐름과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원화와 엔화에 추가적인 강세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급격한 쏠림과 변동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부담도 뒤따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환율의 절대 수준뿐 아니라 단기간에 급격하게 움직이는 속도 자체가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결국 이번 외환시장 움직임은 달러 약세라는 국제적 흐름과 한·일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가 맞물린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향후에도 원화와 엔화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한·일 당국 간 공조 여부와 미국 측의 대응이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