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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우승 0회, 310억! 안병훈, LIV에서 '새 서사' 쓸까

PGA 투어 229경기에서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음에도 2153만달러(약 310억원)를 벌어들인 사나이가 있다. 1988년, 냉전의 장벽을 넘어 '세기의 로맨스'를 꽃피웠던 한·중 탁구 영웅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안병훈이다. 부모는 아들 안병훈에게 탁구의 고된 현실과 중국의 높은 벽 대신 6살 때 골프채를 쥐여주며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서른네 살이 된 그는 이제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LIV 골프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새로 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골프 천재의 면모를 보인 안병훈은 2009년 17세의 나이로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는 유러피언 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라는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했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는 '골프 황제' 아널드 파머 이후 유일하게 US 아마추어와 BMW PGA 챔피언십을 모두 제패한 기록으로, 그의 재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무대인 PGA 투어의 벽은 높았다. 그는 PGA 투어 아홉 시즌 동안 22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6년 취리히 클래식, 2018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그리고 2024년 소니 오픈에서의 아쉬운 연장 패배를 포함해 총 5번의 준우승을 기록했으며, 톱10 진입도 30번을 달성했다. 우승 없는 꾸준함은 역설적인 기록을 낳았다. 누적 상금은 2153만달러(약 310억원)에 달해, 데니 매카시가 이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우승 없는 선수 중 상금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며 그의 독보적인 실력을 증명했다. 부모가 그에게 탁구채 대신 골프채를 쥐여준 이유를 묻자, 아버지 안재형은 「제가 했던 종목이라 오히려 더 겁이 났어요. 한국에서 자란 아이가 과연 중국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싶었죠.」라며 고뇌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PGA 우승 0회, 310억! 안병훈, LIV에서 '새 서사' 쓸까
[사진=AI 생성]

기나긴 우승 갈증은 2024년 10월, 고국 무대에서 해소됐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DP 월드투어/KPGA 공동 주관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당시 핫한 라이벌 김주형을 꺾고 9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어머니 자오즈민과 할머니가 함께했고, 안병훈은 우승 후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 만 서른네 살이 된 안병훈은 2026년 올해, 새로운 무대인 LIV 골프로 이적하며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영국 대회에서는 아쉽게 한 타 차이로 톱10 진입에 실패하며 11위에 머물렀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PGA 투어의 왕좌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지만, 더 이상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수식어에 갇히지 않고 '골퍼 안병훈'으로 우뚝 선 그의 서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1등만이 기억되는 승자독식의 스포츠 세계에서 정상 바로 아래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버텨온 '비(非)우승 챔피언'으로서 자신만의 가치와 감동을 증명하고 있다. LIV 골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골프 역사를 써 내려갈지, 서른네 살 안병훈이 써내려갈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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