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 막바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와 선박 통항 재개를 위한 협의를 막바지 단계까지 진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외무부는 양국이 상호 수용 가능한 항로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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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양국이 이란과 오만의 주권을 존중하면서도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항로에 합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여부가 단순한 해상교통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해협이 안정적으로 열리면 중동에서의 확전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국제 원유 수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항로’ 놓고 이란·미국 입장 정면충돌
협상의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어느 항로로 통과할 것인지와 해협 관리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였다.
이란은 자국에 가까운 북측 항로를 중심으로 선박 통항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오만에 가까운 남측 항로를 포함해 국제법에 따른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란은 해협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면서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지 않는 선박에 대해 무력 대응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항이 위협받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군사충돌의 핵심 전선으로 부상했다.
▲ 종전 MOU 5조가 타협의 열쇠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5조는 이번 협상의 법적·외교적 근거로 작용했다. 해당 조항에는 이란이 상업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해협 관리와 해상 서비스를 규정하기 위해 페르시아만 연안국들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은 이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서 자국의 주도권을 인정받았다고 해석했다. 반면 미국은 해협 관리권을 특정 국가에 인정하는 것과 국제법상 자유항행을 보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오만과 이란이 마련할 새로운 항로와 관리체계가 양측의 해석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됐다. 이란의 관리권 주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국제 상선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하는 절충안이 필요했다.
▲ 오만, 중재자로 나서면서 돌파구 마련
오만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으며 해협의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양국의 직접적인 군사충돌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틈을 활용해 선박 통항을 재개할 수 있는 임시 조치를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 했고, 오만 역시 자국 영해와 남측 항로에 대한 주권을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란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그동안의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 트럼프도 협상 예고…확전 차단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외교적 타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미국시간으로 3일 오후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 과정에서 군사적 보복을 주고받았다. 미국이 호르무즈 연안의 이란 군사시설을 공격하자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해 맞대응하면서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당초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추가 공세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걸프 국가들의 만류 등이 겹치면서 공격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정상화는 군사적 충돌을 외교적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다.
▲ 이란은 여전히 ‘통제권’ 고수
문제는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도 이란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협정 이행 이후 일정 기간 북측 항로가 안전하게 유지됐고 선박들이 정상적으로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해상교통이 완전히 정상화되기 전에 이란에 대한 ‘침략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압박과 외교적 협상에도 이란은 해협을 자국의 전략적 영향력 아래 두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 ‘폭음’ 보고…해협 긴장 여전
외교적 협상과 별개로 현장의 긴장감은 여전히 높았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입구 오만 근해를 지나던 한 유조선 선장이 이날 선박 주변에서 폭음을 들었다고 보고했다.
해당 해역은 이란이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며 상선을 상대로 무력행동을 벌여온 곳이다. 이번 폭음 역시 해상교통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는 이란이 주장하는 관리권과 미국이 요구하는 자유항행 원칙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느냐에 달렸다. 이란과 오만의 협상 결과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5조에 대한 해석 차이를 좁힐 수 있다면 해협 재개방은 물론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양측이 통제권 문제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못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군사적 충돌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컸다. 이번 협상이 단순한 항로 협의를 넘어 중동 정세와 국제 에너지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 분기점이 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