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채 무역협상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양측이 관세 철회와 합의 이행 장치를 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국과 중국이 애초 3월 말에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해왔으나 관세 철회와 합의 이행 장치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정상회담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진지하게 양보를 할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단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인지를 논의했다.
미중이 합의를 하더라도 중국의 이행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는 방식을 두고도 고민에 빠졌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무역협상 타결 시 관세 일괄 철회 방식과 일부 관세를 남겨둔 상태에서 중국이 확실한 개혁을 했을 때 철회하는 방식 중 후자를 선호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백악관의 협상 타결 의지가 강하면 바뀔 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무역협상이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어도 중국의 합의이행이 부진할 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미국이 고집하면 막판에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관리들은 관세가 일괄 철회되지 않거나 미국이 추후 중국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질까 우려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막판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 내부에서는 무역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과 미국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액화천연가스(LNG), 대두 처럼 세간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미국산 상품을 중국이 구매하는 대신 더 중요한 부분인 구조적 개혁에서는 모호하고 강제력 없는 합의를 하는 것으로 무역협상을 끝맺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받는 경제적 타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무역협상을 미봉책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막판에 결렬된 것을 보고 중국이 정상회담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면서 미중 정상회담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이 고지를 앞두고 막판 조율에 진통을 겪는 가운데 애초 3월 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던 정상회담이 이제는 6월까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