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CITI)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크레디 아그리콜(CA),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JPM) 등 4개 외국계 은행의 3500억원 규모 통화스왑 입찰 담합이 10년만에 적발됐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3개사가 실시한 4건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했던 은행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억2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왑은 외화 부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는 금융 계약으로,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절하)할 경우 원화로 지급하는 변제 금액이 증가하는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활용된다. 이 사건 통화스왑 입찰은 2010년 1월에서 9월경 실시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입찰 6년 경과 시점에서 혐의가 포착됐고, 작년 안건으로 상정되어 올해 심의가 이뤄졌다"며 "국제 카르텔(담합)은 6~7년 후 포착되는 경우가 많고 확인하는데 2~3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CITI와 HSBC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건설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발행, 달러 표시 사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기 위해 실시한 1억 달러(약 1195억원) 상당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CITI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HSBC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또 CITI, HSBC, JPM 등 3개 은행은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건설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발행, 달러 표시 사채를 원화부채로 전환하기 위해 실시한 2건의 통화스왑 입찰(총 1억8000만달러, 약 2150억원)에서 HSBC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HSBC와 CA는 민간 기업인 A사가 운영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발행, 유로(Euro) 표시 사채를 원화 부채로 전환하기 위하여 실시한 1500만 유로(약 203억원) 상당의 통화스왑 입찰에서 HSBC가 CA보다 높은 투찰 가격을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은행들이 사전에 투찰 가격 및 낙찰 은행 등을 담합하게 되면, 한국수력원자력 등 고객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원화 금리로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통화스왑 입찰 시장에서 은행들 간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아울러 일선 영업 직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