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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수 못한 한화, 대우조선해양 '한풀이'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8년 한화그룹에 인수될수 있는 길이 있었다. 산업은행은 2008년 10월 24일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를 선정해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총력전을 벌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혔다. 그해 12월 한화는 "MOU 체결 후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져 내년 3월 말인 잔금 납부 시한에 여유를 달라"고 산업은행에 요청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특혜논란을 우려하며 이를 거부했고 2009년 1월 21일 대우조선해양의 한화 매각이 무산됐다.

그러다 이번달 들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9월 14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였다.

강 회장은 "근본적으로 산은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이 이제 효용성이 다하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을 통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능성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모 석간 신문은 매각 금액과 발표 시점까지 단독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한화그룹 본사 외관
[사진=한화그룹 제공]

그리고 26일 한화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공식화했다. 한화그룹은 이를 위해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나서는 한편 실사에 나서 오는 11월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계열사들의 참여다. 사업 호조를 보이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받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들이 참여한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한화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니기에, 그룹의 멤버사들이 십시일반의 형태로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대우조선의 인수 역시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로 인수에 나섰다"며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봤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강재가격 인상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으로 자본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말 자본은 2021년 말 대비 30% 감소한 1.5조원이며, 이는 자본에 포함된 영구채(2.3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자산총액 12조224억원 중 부채가 10조4천741억원이었고, 자기자본은 1조5천483억원 수준이었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기준 676.5%에 달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대우조선에 조달해 부채비율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한화 인수 매각 일지

한화의 인수 참여는 대우조선해양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삼성증권 한영수 팀장은 "매각 방식 및 인수 주체와 관계없이, 대우조선해양의 자본구조가 매각 과정에서 개선될 수 있다면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 수주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 차원 에서도 매각은 '회사 입장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화가 예전에 인수작업을 펼쳤던 터라 대우조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고, 인수과정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화 입장에선 방위산업을 포함해 상선 분야까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될 것인데 개인적으로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화그룹과 논의 결과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경쟁 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본건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은 본 건 투자 유치를 통해 2조원의 자본확충으로 향후 부족자금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