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4박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고 16일 오전 귀국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으로 "한국 외교의 동맥경화가 해소됐다"며 호평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굴욕적인 빈손 외교"라고 깎아내렸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심장과 뇌 혈관 곳곳에 혈전(血栓)이 잔뜩 쌓여 있던 한국 외교의 혈맥(血脈)을 뻥 뚫었다"고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한미동맹이 살아 있었나. 한미동맹은 허울 좋은 이름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순방 중 김건희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낀 점을 거론, "복원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고 있고, 대한민국 외교 역시 정상화의 길에 올랐다"며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그 전쟁터에서 윤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 국민의힘을 대신해 박수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중국과의 첫 정상회담 등 순방 성과를 거론, "국민의힘은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외교 성과가 실질적으로 국민께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빈손·굴욕 외교'로 규정하며 비판에 날을 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순방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며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 관련 어떠한 진전도 없었고, 일본의 사과 한마디 없는 지소미아 복원은 굴욕적이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한미정상회담은 이번에도 '립서비스'로 끝났다"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듣기 좋은 말일 수는 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이 남긴 것은 굴욕적 외교, 균형적 실용 외교의 폐기, 보복성 취재 제한"이라며 "수출규제 관련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했으며 지소미아는 사실상 부활 수순으로 접어들었고 MBC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게 했다"고 비난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뚜렷한 외교성과 없이 빈손으로 순방을 마친 것 아닌가"라며 "언론의 취재를 배제하고 깜깜이 회담을 했는데, 자신감이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