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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너지 벤처, '유니콘 기업' 가능할까?

정부가 차세대 육성 분야로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에너지 벤처기업을 꼽으면서 6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체계적인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도 한국전력과 협약을 체결하고 육성에 동참했다.

향후 에너지 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벤처 기업의 성공 사례와 가능성을 정리했다.

▲ 정부, 에너지 벤처 기업 육성 

지난 6일 KDB산업은행은 글로벌 종합 에너지 박람회 ‘BIXPO 2024’에 참가해 한국전력과 미래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기업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배경은 최근 급속하게 발전하는 AI 기술로 인해 데이터센터 신규 조성이 늘어나기에 이로 인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를 선정하며 대규모 산업단지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전력 사용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KDB산업은행은 차세대 전력망과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혁신 에너지 기술을 가진 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전력은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벤처 기업의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 전력 생산량 증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전력의 최대 주주인 만큼 신속한 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기준으로도 산업은행은 2조 원 규모의 전체 벤처 기업 지원 규모 가운데 약 9000억 원을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협약의 핵심은 투자와 기술사업화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유니콘 기업이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에너지 벤처의 핵심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해 한전의 에너지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관의 적극적인 투자로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활성화할 때 시너지가 발생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제시한 미래 도시와 전력망 구조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이 제시한 미래 도시와 전력망 구조 [한국전력 제공]

▲ 에너지 벤처 주요 분야

에너지 벤처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기에 정부 주도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대부분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먼저 유럽은 친환경 기조가 가장 강한 만큼 태양광과 풍력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는 2015년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난 5월에 이미 기업 가치가 약 12조 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전은 전기차 전환과 맞물리면서 지난 18일에는 국내 충전 사업자 플러그링크가 옥토퍼스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충전 로밍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토지가 필요하기에 최근에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술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SMR은 일반 원자로와 비교해 아직은 발전량 대비 비용이 크지만, 소형화됐기에 전체적인 구축 비용은 저렴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SMR 산업을 위한 법이 따로 만들어지면서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대형원전 기반의 규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SMR용 지침을 신설한 바 있다.

기존 규제 핵심은 방사능 대응 범위로, 대형원전 구축 시 반경 16km가 비상계획구역(EPZ)으로 지정돼 주민 동의 및 감시 기구 설치 등이 요구됐다.

그러나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SMR은 그 규모에 따라 EPZ가 200m에서 300m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신속한 규제 해제는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원전 구축 비용도 절감돼 가격 경쟁력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지침 발표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SMR 스타트업 ‘뉴스케일 파워’는 최근 시가총액이 약 8조 원을 넘기도 했다.

다만 차세대 산업 육성 초창기에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우리나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뉴스케일 파워 역시 지속적으로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으나 미국 에너지부와 민간 투자기관으로부터 현재까지 약 2조 5000억 원이 넘는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케일 파워에 납품하는 두산에너빌리티 SMR 부품 공장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뉴스케일 파워에 납품하는 두산에너빌리티 SMR 부품 공장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에너지 벤처 전망

AI와 데이터센터 등 차세대 IT 기술이 등장한 후 전력 수요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기업 육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일로 미국은 지난 3월 루마니아 SMR 사업을 위해 약 5조 35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후된 석탄발전소를 SMR로 대체하는 해당 사업에는 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 등 우리 기업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구축에 필요한 기자재를 수출할 전망이다.

또 유럽은 2022년부터 태양광 스타트업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관련된 투자액이 전년 대비 4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전기·전자 솔루션 기업 ‘애브넷 아바쿠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태양광 스타트업은 2022년 말까지 약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4일 EU 혁신 기금을 통해 태양광 프로젝트에 총 7조 원 이상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정부를 중심으로 은행·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에너지 사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출범한 ‘넷제로 챌린지 X’에서는 KDB산업은행과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등 30여 개의 기관이 참여했다.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관계자는 “에너지 산업은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중요한 육성 과제로,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 원 이상의 녹색 자금이 공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