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양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다, 이정범 사진가 인터뷰 (2)

오경숙 기자

[제2회 시의 기록자, 도시를 남기다]

이정범 사진가는 안양시 공보실 사진기사로 27년을 근무했다. 기념식과 행사, 건설 현장, 시위와 사고 현장까지 그의 카메라는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단 하나였다.

“사진은 영구기록이다.”

문서는 보존 기한이 있지만, 사진은 그렇지 않다.

잘 찍고, 잘 보관해야만 도시의 기억이 온전히 남는다.

도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시간 속에서 변해온 과정을 그에게서 들어본다.

[1910~20년대로 추정되는 안양정거장(안양역), 사진=시승격50주년기념 안양기록사진집]
[1910~20년대로 추정되는 안양정거장(안양역), 사진=시승격50주년기념 안양기록사진집]
[1920년대로 추정되는 안양우편소(안양우체국), 사진=시승격50주년기념 안양기록사진집]
[1920년대로 추정되는 안양우편소(안양우체국), 사진=시승격50주년기념 안양기록사진집]

■ 안양에 터를 잡다

Q. 안양에 정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큰형님이 서울농대 연습림(현 서울대 안양수목원)에 근무를 해 형님을 보러 안양에 자주 오가게 된 영향이 있습니다. 두메산골에서 어린 나이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여 고생 끝에 사진 기술을 배워서 사진관 기사 생활을 하면서 먹고 살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진관 기사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고 몇 군데 사진관에서 일하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양유원지 영업 사진사들을 보니 자유롭고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남에게 얽매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같아서 안양유원지 영업 사진사가 되어 안양에 터를 잡고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1956년 8월20일 제2대 안양읍 개회식 후 안양읍 사무소 앞에서 기념 촬영, 사진=안양기록사진집]
[1956년 8월20일 제2대 안양읍 개회식 후 안양읍 사무소 앞에서 기념 촬영, 사진=안양기록사진집]
[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비산2리 동네 주민들이 보리밭 밟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안양기록사진집]
[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비산2리 동네 주민들이 보리밭 밟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안양기록사진집]

Q. 안양은 사진가 이정범에게 어떤 도시였나요?

A. 충남 당진군 정미면 매방리(여우골)는 나를 낳아준 고향이고, 서울은 나를 먹고 살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준 고마운 도시이며, 안양은 내가 가정을 이루고 평생직장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해준 편안한 도시입니다.
1968년 혼자의 몸으로 안양에 들어와 정착한 후 안양유원지 사진부(안양시 안양 2동 13번지) 시절 1976년에 집사람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1남 1녀를 낳아 출가시켰고 안양시청 공보실에서 27년 재직 후 정년퇴직하였습니다. 안양에 내 청춘을 바쳤고 내 꿈을 이루었으며 편안하게 살고 있으니, 안양은 제2의 고향입니다.

[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안양2리 1번 국도변에 놓여있던 만안교 모습, 만안교는 조선 22대 정조가 양주 배봉산 영우원에 있던 사도세자묘를 수원 화산으로 옮기고 화산능 행차를 위해 축조한 다리]
[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안양2리 1번 국도변에 놓여있던 만안교 모습, 만안교는 조선 22대 정조가 양주 배봉산 영우원에 있던 사도세자묘를 수원 화산으로 옮기고 화산능 행차를 위해 축조한 다리]
[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안양 2리 안양철교 주변 전경, 안양철교는 1905년 1월 1일 경부선 철도가 건설되면서 생긴 철교로 서울과 부산으로 왕래하려면 지나야만 갈 수 있는 철도 교량. 이 일대는 안양포도의 원조로 유명했던 동네로 일제강점기때 오끼(冲井)라는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포도를 들여와 재배했던 곳으로 1970년대까지 포도하면 안양이 전국 최고였다]
[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안양 2리 안양철교 주변 전경, 안양철교는 1905년 1월 1일 경부선 철도가 건설되면서 생긴 철교로 서울과 부산으로 왕래하려면 지나야만 갈 수 있는 철도 교량. 이 일대는 안양포도의 원조로 유명했던 동네로 일제강점기때 오끼(冲井)라는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포도를 들여와 재배했던 곳으로 1970년대까지 포도하면 안양이 전국 최고였다]

■ 안양시 공보실 사진기사로서의 시간

Q. 안양시 공보실 사진기사로 활동하시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A. 안양시 공보실 사진기사는 안양시에서 시행하는 각종 분야의 사진을 촬영하여 시정 발전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직책입니다. 사진기사는 관에서 주관하는 기념식이나 각종 행사, 시정 홍보, 건설 현장,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이나 시위 현장도 촬영해야 합니다. 시의 사진기사로 근무하면서 안양의 기록을 영구히 남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충실히 일했습니다. 사진은 다른 문서와 달리 보존 연한이 없고 영구보존 종목이므로 잘 촬영해서 잘 보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시흥군 안양읍 신안양1리 유유산업(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신안양1리 유유산업(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안양4리 삼덕제지(1960년대)]
[시흥군 안양읍 안양4리 삼덕제지(1960년대)]

Q. 보도사진과 기록 사진 사이에서 늘 고민했던 지점이 있다면..

A. 시 공보실 사진기사는 시에서 시행하는 모든 행정을 비롯하여 보도사진과 기록 사진 등 원활하게 촬영할 능력이 있는 사진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들만이 근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사진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서 시 공보실에 채용될 수 있었습니다.
보도사진은 대중매체 신문 등에 새로운 소식이나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므로, 현장에 출동해 사실대로 정확하게 촬영해 사진 한 장만으로도 무슨 사건 사고인지 분별할 수 있도록 찍어야 합니다. 기록 사진은 각종 행사나 홍보용 시가지 등이 총 망라돼 있어 현재도 중요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25 남침 궐기대회(1974.6.25)]
[6.25 남침 궐기대회(1974.6.25)]
[안양2동 화단극장(1974년)]
[안양2동 화단극장(1974년)]

■ 카메라 너머의 시간

Q. 수십 년간 같은 도시를 바라보며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A. 1960년대 내가 처음 안양에 발 디딜 때만 해도 안양유원지 일대를 비롯한 안양대교 주변과 안양 5동 안양초등학교 근처는 거의 안양포도를 재배하던 포도밭이었습니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안양 읍내는 커다란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로 인해 이 지역이 바로 공장 지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노동자들로 하루가 다르게 인구가 급증하고 주택이 지어지면서 안양의 명물인 포도밭은 점차 사라져가고 한적하던 읍내는 도시로 변해 갔습니다. 옛 사진 속 기억에 남는 소중한 순간들은 점점 사라지고 대도시로 변해 옛일을 잊어 버린 채 수도권 으뜸 도시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1976년 12월 여성단체 회원들이 중앙로에서 가정의례준수 가두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976년 12월 여성단체 회원들이 중앙로에서 가정의례준수 가두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977년 6월 안양6동에서 안양소방서 개소식을 거행하고 있다]
[1977년 6월 안양6동에서 안양소방서 개소식을 거행하고 있다]

Q. 변함없는 안양의 모습도 있을까요?

A. 안양은 예로부터 자연마을이 많고 세시풍속이 전해져 내려와 지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자연마을로는 삼막골, 병목안, 냉천마을을 비롯하여 임곡 마을. 수촌마을. 귀인마을 등 70여 곳이 존재해 있어 예전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세시풍속으로 만안답교놀이 삼막골 쌍신제. 매봉산 동고제. 꽃뫼산 산신제 등 세시풍속이 실행되어 사라져가는 옛 풍습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흥군 시절부터 실시하던 시흥군민 체육대회와 안양시로 승격된 후 안양시 체육대회와 안양시민축제를 실시하는 등 안양의 변하지 않는 전통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회
지난 27년간 ‘우리안양’지에 사진을 올리게 된 계기와 사진 한 장이 가진 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첨부사진 이정범 사진가 제공)

[이정범 사진가]
[이정범 사진가]

■ 사진가 이정범 (Profile)
사진기자이자 기록사진가.
1960년대 후반 안양에 정착해 안양유원지 영업사진사로 활동했으며, 이후 안양시청 공보실 사진기사로 27년간 근무하며 안양의 주요 순간들을 기록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상, 경기도지사상, 안양시장상 5회 수상.
경기도관광협회 관광사진공모전 장려상(1974)·우수상(1976), 안양사진공모전 특선(1998), 의정부사진공모전 대상(2002), 경기도 포토제안공모전 금상(2002)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안양옛사진전」(2000)을 비롯해 시민축제 안양옛사진전(2005·2010), 우리안양지(1999~2026) 등을 통해 안양의 어제와 오늘을 시민들에게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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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다, 이정범 사진가 인터뷰 (2)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