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간의 마지막 남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지난 5일 (현지시각) 공식 만료됨에 따라,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질서를 유지해 온 핵 군비 통제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중국의 급격한 핵전력 증강과 각국의 독자 핵무장 논의가 맞물리며 글로벌 핵 군비 경쟁 재점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비 확대는 방위비 증가와 안보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져 세계 경제와 재정 건전성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 미·러 핵 제한 53년 만에 소멸... ‘뉴스타트’ 역사 속으로
이번 조약 만료는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핵무기 보유 수와 구조를 제한하던 마지막 법적 장치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2010년 체결 당시만 해도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이정표로 평가받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냉각된 미·러 관계 속에서 협정 연장이나 대체 조약 체결을 위한 논의는 완전히 동력을 상실했다.
이날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약 만료에 대해 "나쁜 협상이었다"라고 폄하하며, 핵 전력의 동결 대신 '현대화된 새로운 조약'의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있어 당분간 핵 전력 확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중국의 ‘핵 굴기’와 3자 구도의 재편... "통제 불능의 삼각관계"
과거 미·러 양자 구도였던 핵 지형은 중국의 급격한 전력 증강으로 인해 복잡한 삼각 구도로 변모했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이 현재 600기 수준인 핵탄두를 2030년까지 1,000기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기존의 '최소 억지력' 전략을 버리고 미·러에 필적하는 수준의 병력을 구축 중이며, 지구 어디든 타격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성공시키는 등 기술적 우위도 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핵 조약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 ‘핵 우산’ 흔들리는 유럽과 아시아... 각자도생의 핵무장론 대두
미국 중심의 '확장 억제(Nuclear Umbrella)'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동맹국들의 독자 핵무장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독자 핵 전력 구축 논의를 제안했고,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역시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 중동의 터키, 동유럽의 폴란드 등이 잠재적 핵 보유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는 80년간 이어져 온 비확산 체제(NPT)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 오하이오급 잠수함 무장 강화... 미·러의 ‘슈퍼무기’ 경쟁 가속화
조약의 굴레에서 벗어난 미국은 즉각적인 핵 전력 강화에 착수했다.
미 해군은 뉴스타트 준수를 위해 비활성화했던 오하이오급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관을 재개방하여 수백 개의 핵탄두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방어 불가능한 수중 핵 드론 '포세이돈'과 우주 배치 핵무기 등 이른바 '슈퍼무기' 실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골든 돔(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계획과 이에 대응하는 중·러의 공격형 무기 개발은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를 유발하며 전 세계적 군비 증강 비용을 폭증시키고 있다.
▲ 97세 핵 권위자의 경고... "핵무기의 숫자가 곧 위협이다"
지난해 작고한 리처드 가윈 박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진정한 위협은 핵무기의 숫자 그 자체에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조약이라는 안전장치가 사라진 상태에서의 군비 경쟁이 오판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모니카 더피 토프트 터프츠대 교수는 "한 국가가 안보를 강화하려 할수록 상대는 더 큰 불안을 느껴 결국 모두가 더 위험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과거 핵 통제 기구가 수행했던 '냉각기' 역할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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