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으로 중동 원유 수송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정부가 보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및 보험 업계에서는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 제공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로, 전쟁 발발 이후 선박 운항이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정부가 보험 지원과 해군 호위 가능성을 언급하자 초기에는 에너지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지만, 월가와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이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보험 규모 턱없이 부족”…329척 보장에 3520억달러 필요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현재 DFC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약 1540억달러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항하는 329척 유조선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352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FT에 따르면 JP모건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나타샤 카네바는 “유조선 보험은 단순한 선박 보험이 아니라 환경오염, 구조 비용, 선체 손실, 제3자 책임 등 다양한 위험을 포함해야 한다”며 “이 모든 위험을 고려하면 최대 보장 규모는 약 3520억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러한 위험을 민간 보험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기에는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험시장 “DFC 역할 아니다”…실행 가능성 의문
보험 업계 전문가들은 DFC가 단기간에 대규모 해상 보험을 제공하는 구조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 엔메테나 어드바이저리의 맥시밀리언 헤스 대표는 “DFC는 단기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기관이 아니라 개발금융기관”이라며 “이 분야 경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으로 재보험 형태의 지원은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 호르무즈 해협, 하루 2000만 배럴 통로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 중 하나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전쟁 이후 선주들이 위험을 우려해 항해를 꺼리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급격히 줄었다. 이번 주에는 단 40척의 유조선만이 해협을 통과해 평소 대비 극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협 봉쇄 우려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유가 급등…전쟁 이후 미국 원유 20% 상승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원유 가격은 약 20% 상승해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브렌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약 50% 급등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 물가 부담을 높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선박 보험료 최대 12배 폭등
보험 시장 역시 전쟁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보험 계약을 취소하고 신규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으며, 일부 보험료는 기존 대비 최대 12배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험 시장 충격은 선박 운항 자체를 위축시키며 호르무즈 해협 물류 흐름을 크게 둔화시키고 있다.
▲ “보험보다 군사적 안전 확보가 핵심”
해운 업계에서는 보험 지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안전 보장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상장 해운사 시너지 마리타임의 스타마티스 차탄니스 CEO는 “산업의 최우선 과제는 화물 운송이 아니라 선원 생명과 선박 가치, 환경 재난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좁고 민감한 해역에서 유조선이 공격받을 경우 대규모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전문가 “이란 군사력 약화가 유일한 해법”
에너지 전문가들은 결국 해협 통행 정상화의 핵심 조건은 이란의 군사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싱턴 소재 에너지 컨설팅 회사 라피단 에너지의 밥 맥널리 대표는 “유조선 운항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이란이 선박을 공격할 능력을 실제로 억제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보험료는 계속 비싸게 유지될 것이며, 선원들 역시 안전 문제 때문에 해협 통과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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