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고 대신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전직 미국 관료와 기업 경영진, 정책 분석가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으로부터 원유를 대량 수입하는 구조를 바꾸고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늘리도록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러시아 원유 축소 요구…중국에는 ‘어려운 선택’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요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전략적 동맹 관계인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할인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는 중국 에너지 수입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산 원유는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러시아산을 대체할 경우 에너지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러시아 원유 수입 축소는 중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협력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모스크바의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 이란 원유 의존도도 낮추라는 요구
미국은 중국에 이란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도 함께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란의 석유 생산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상당 부분 중단된 상태지만, 워싱턴은 향후 공급이 재개될 경우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다시 확대하지 않도록 장기적인 구조 변화를 요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들로부터 에너지를 조달하는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 희토류·농산물·항공기 거래도 협상 의제
에너지 문제 외에도 미국은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구매 확대를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대두(콩)와 보잉 항공기 구매 확대가 주요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희토류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전투기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다.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현재 양국은 지난해 한국에서 체결한 무역 휴전 합의를 기반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상태이며, 미국은 중국이 이 합의를 유지할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 중국의 요구…관세 인하와 첨단 기술 규제 완화
반면 중국 역시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상당한 요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 인하와 함께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 관련 기술 등 첨단 산업 장비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한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장비와 AI 관련 기술은 중국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요소로, 중국 정부는 이 분야에서의 제재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 대만 문제도 정상회담 핵심 변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 움직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이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중동 전쟁이 미중 협상에 새로운 변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미중 관계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주요 에너지 공급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이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적으로 러시아나 중동 지역 다른 국가들로부터 공급을 대체할 수 있지만, 국제 유가 급등이 이미 둔화된 중국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미중 관계 안정화 시도 속 전략 경쟁 지속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 미중 전략 경쟁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러시아 및 이란과의 경제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반면, 중국은 관세와 첨단 기술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협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에너지·무역·기술·안보 문제가 동시에 얽힌 복합적인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상회담 실패 시 돌파구 좁아져…4회 만남 기대
베센트 장관은 정상회담이 실질적 합의 실패 시 후속 협상 여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올해 최대 4차례 리더십 회담을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구체 목표 부재와 상무 대표단 미편성에 불만을 보이지만 행정부는 '신중한 실질 논의'를 강조했다.
이란 전쟁의 불확실성이 미중 무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며, 에너지·기술·지정학의 삼중 압박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이 중국의 '안정 우선'과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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