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3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33조 원 규모의 신용융자 반대매매 주의보를 발령했다. 역대 최대 수준인 신용 잔고가 지수 하락 시 연쇄 투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다.
역대 최대 33조 '빚투' 잔고... 일일 반대매매 6배 폭증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임계점에 도달하며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금융투자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 6,94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픽 퓨리 작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이 이어지며 증시가 급락하자, 담보 부족으로 인한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6일 하루에만 발생한 반대매매 규모는 824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 2월 일일 평균치인 135억 원과 비교해 약 6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금융감독원은 중동 분쟁으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를 틈타 핀플루언서들의 선행매매 등 불공정거래 행위까지 기승을 부리자 고강도 조사와 함께 투자자 주의보를 전격 발표했다. 3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이 22조 원이 넘는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그중 상당 부분이 신용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라는 점이 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담보 부족액 201만 원에 3,000만 원 전량 매도... 산정 방식의 함정
금융감독원은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신용융자 반대매매 8대 유의사항'을 상세히 안내했다.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은 반대매매 수량 산정 방식이다. 증증권사는 담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을 강제 매도할 때, 전일 종가에서 15~30% 할인된 가격을 기준으로 수량을 결정한다. 이는 실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생각하는 담보 부족 금액보다 훨씬 많은 양의 주식이 한꺼번에 매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분쟁 사례에 따르면, 계좌 내 담보 부족 금액은 201만 원에 불과했으나 산정 기준 가격 하락으로 인해 보유 중이던 3,000만 원 상당의 주식 전량이 반대매매 처리된 경우가 확인되었다. 또한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사전에 지정한 방법(SMS, 이메일 등)으로 안내되지만, 장 중 급락 시 실시간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금감원은 담보 부족이 발생했을 때 반대매매 실행 전 증권사에 종목 변경을 요청하거나 추가 담보를 설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마진콜'의 악순환 우려... 지수 하락 압박 가중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신용 잔고가 시차를 두고 시장 전체의 체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담보 부족 계좌가 늘어나고, 여기서 쏟아지는 반대매매 물량이 다시 지수를 끌어내려 추가적인 반대매매를 부르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및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경우, 증시의 하락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해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한 가운데, 금융당국 역시 증시 안정화 대책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신용융자 관련 분쟁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만큼, 증권사의 반대매매 절차와 고지 의무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필요 시 제도 개선을 통해 레버리지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자 대응 전략과 제도적 보완 과제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자신의 담보 유지 비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보수적인 자금 운용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현재 국내 증시의 신용 잔고 33조 원 중 상당 부분이 변동성이 큰 테마주와 대형 반도체주에 몰려 있어, 개별 종목의 하락이 계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20대 소액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손실률이 비이용자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소지가 다분하다.
금융당국은 핀플루언서들의 허위 사실 유포와 리딩방을 통한 선행매매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증권선물위원회 긴급조치(패스트트랙)를 가동하고 있다. 팩트 확인 결과, 다수의 핀플루언서가 중동 위기를 악용해 개인 투자자들을 선동한 뒤 물량을 떠넘기는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 적발되었다. 정부는 추경과 세제 지원 등 거시 경제 대책과 더불어,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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