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3일 오후 1시 11분 경북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19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비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화재로 인한 불꽃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며 소방 헬기 11대가 투입되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영덕 풍력발전단지 19호기 화재 발생과 인명 참사 경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위치한 풍력발전단지에서 또다시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23일 오후 1시 11분경, 단지 내 19호기 풍력발전기 상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정비 용역 업체 소속 작업자 3명이 투입되어 날개(블레이드) 부위의 균열을 점검하고 수리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발생 직후 신고를 받은 소방 당국이 긴급 출동했으나, 고공에서 발생한 화재와 강풍으로 인해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사망자는 김 모(42) 씨, 문 모(58) 씨, 전 모(45) 씨로 밝혀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오후 2시 34분경 발전기 맨 아래층 바닥에서 작업자 1명이 처음 발견되었으며, 나머지 실종된 2명은 오후 4시 33분경 화재로 인해 지상으로 추락한 날개 잔해 안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가 발생한 19호기 날개 내부는 성인 남성이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었으나, 화마가 급격히 번지면서 작업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덴마크 베스타스 제조 19호기 제원 및 정비 중 사고 정황
화재가 발생한 19호기는 덴마크의 풍력 터빈 제조사인 베스타스(Vestas) 제품으로 확인됐다. 설비 용량은 1.65MW이며 타워 높이는 78m, 날개 길이는 40m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다. 사고 당시 19호기는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으나, 블레이드 균열 수리 과정에서 용접이나 전기적 요인 등 어떠한 원인으로 화재가 촉발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작업자들이 높이 70m 이상의 고공에서 작업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자 탈출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는 강화 플라스틱(FRP) 등 가연성 소재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시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하고 불길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한 달 만에 재발한 사고... 풍력단지 안전 관리의 총체적 부실
이번 사고가 더욱 충격을 주는 이유는 영덕 풍력발전단지 내에서 불과 한 달 전에도 대형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일, 단지 내 21호기 풍력발전기 기둥이 갑자기 꺾여 넘어지며 인근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이후 단지 내 24기의 풍력발전기는 모두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으며, 발전사인 영덕풍력은 자체 조사와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었다.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안전 점검 및 보수 작업을 진행하던 중 또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관리 주체인 영덕풍력과 정비 업체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장 근로자들은 노후화된 설비와 반복되는 균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위험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사이 기둥 붕괴와 화재 참사가 잇따르면서 신재생 에너지 시설의 노후화 관리와 유지 보수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커지고 있다.
야산으로 번진 불길과 소방 당국의 긴급 대응 및 피해 현황
화재는 발전기 내부에서 멈추지 않고 2차 피해로 이어졌다. 강풍을 타고 날개 잔해와 불꽃이 인근 야산으로 낙하하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이다. 산림 당국과 소방 본부는 불길이 인접 산림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 헬기 11대와 장비 50대, 인력 148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사고 지점 인근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잔해 낙하로 인한 민가 피해를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덕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내 풍력발전 시설 전반에 대한 안전 진단을 명령하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재가동을 금지할 방침이다. 또한 숨진 작업자들에 대한 유가족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산불 진화가 완료되는 대로 현장을 보존하여 사고 원인 조사에 협조할 계획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당시 영덕 지역에는 건조한 날씨와 함께 다소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잔불 정리와 산불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 이면의 안전 비용과 제도적 보완 과제
이번 참사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가 뒤처져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2026년 기준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중 상당수가 15~20년의 설계 수명에 도달하고 있어, 노후 설비에 대한 정밀 진단과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유지 보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비 일정을 잡거나 하도급 구조를 통한 관리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영덕 사고를 중대 사고로 규정하고 전국 풍력발전단지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특히 고공 작업이 필수적인 풍력발전기의 특성상 화재 발생 시 근로자가 대피할 수 있는 비상 탈출 장비 설치 의무화와 소방 시설 확충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발전 시설 종사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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