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전쟁發 에너지위기에 '가파도 RE100 사업' 다시 조명

이겨레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세계 에너지 안보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주 가파도의 재생에너지 100%(RE100) 마을 조성 사업이 국가 에너지 자립의 중요한 대안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총 22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화석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을 목표하며,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모델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고립된 에너지 환경과 재생에너지 전환 시급성

중동발 전쟁 상황은 대한민국이 에너지 측면에서 사실상 고립된 '섬'과 같다는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주요 발전원의 연료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국제 정세의 작은 변화에도 국내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는 실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이러한 상황을 언급하며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면 미래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모든 에너지원을 신속히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며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발언은 가파도 RE100 사업이 단순한 지역 프로젝트를 넘어 국가적 과제 해결에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중동 전쟁은 국제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이중 충격'을 한국 경제에 가하며, 에너지 수급 다변화와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태양광 패널 [무료이미지]
*다음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 가파도 RE100 사업의 추진 목표 및 규모

가파도 RE100 마을 조성 사업은 가파도 주민 약 200명이 사용하는 전기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면 대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가파도는 1천200kW(킬로와트)급 디젤 발전기와 각 가정의 태양광 발전기로 전력을 충당하고 있으나,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과 노후화로 인해 디젤 발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가파도의 시간당 평균 전력 사용량은 227kW이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99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한국전력 주관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올해 80억 원을 포함해 총 22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르면 2026년 11월 재생에너지 공급자 선정을 거쳐 사업이 본격화되어 2027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그리드포밍' 기술로 보완될 계획이다. 그리드포밍은 인버터가 자체적으로 전압과 주파수를 형성해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하는 핵심 기술이다.

▲ 과거 '탄소 없는 섬' 사업의 실패와 교훈

가파도를 '재생에너지 섬'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0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탄소 없는 섬' 사업이 추진되었으나, 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당시 250kW급 풍력발전기 2기와 48가구에 3kW급 태양광 발전기가 보급되었지만, 이와 연계된 ESS 및 전력변환장치의 규모가 작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특히 외국산 풍력발전기는 2020년 두 차례 태풍으로 고장이 발생한 뒤 부품 단종으로 수리가 불가능해 결국 철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국산 기술 의존도가 낮고 유지보수 시스템이 미흡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이번 사업의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 국산 기술 활용 및 투명성 강화 전략

한국전력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 가파도 RE100 사업에 국산 부품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발전기 고장 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과거 사업 실패로 인해 재생에너지 단독 공급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 발전량과 전력 소비량, 온실가스 감축량 등을 '오픈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여 신뢰를 확보하고 연구 및 신사업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 '큰 가파도'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미래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계통섬'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가파도와 유사한 에너지 환경에 놓여 있다. 따라서 가파도 RE100 사업은 단순한 지역 프로젝트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가파도는 특수 사례가 아니다"라며, "가파도에서 확보된 기술이 제주 지역의 2035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이끌고,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파도 RE100 사업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주목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파도 RE100#재생에너지#에너지 자립#중동 전쟁#한국전력#제주도#그리드포밍#ESS#탄소중립#에너지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