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비움과 물성의 깊이로 빚어낸 달항아리… 2026화랑미술제 윤순원 작가의 한지 부조 세계

오경숙 기자

 -윤순원 작가, 2026 화랑미술제 리서울갤러리 C1에서 전시
-선을 그리는 대신 새기는 방식으로 화면을 비워내

[윤순원 작가, 2026 화랑미술제 리서울갤러리 C1 참가 전시포스터]
[윤순원 작가, 2026 화랑미술제 리서울갤러리 C1 참가 전시포스터]

2026 화랑미술제가 서울 코엑스에서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고요한 울림으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작가가 있다. 한지의 물성과 비움의 철학을 통해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온 윤순원 작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출신인 그는 오랜 시간 부조 작업을 통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無我  27×24cm  media on hanji Relief 2024]
[無我 27×24cm media on hanji Relief 2024]
[無我  27×24cm  media on hanji Relief 2024]
[無我 27×24cm media on hanji Relief 2024]
[無我  27×24cm  media on hanji Relief 2024]
[無我 27×24cm media on hanji Relief 2024]

이번 출품작에서 윤순원 작가는 ‘색을 덜어낸 선택’을 통해 재료 본연의 깊이를 드러낸다. 닥죽을 겹겹이 쌓아 올린 부조 형식의 화면 위에 별도의 채색 없이 한지 고유의 색과 섬유 질감을 그대로 살린 ‘달항아리’ 작업이 그것이다. 전통 재료를 사용하지만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고, 물성을 중첩해 구축한 화면은 구조적인 깊이를 형성하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가로지른다.

[不二  82.5cm×74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5]
[不二 82.5cm×74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5]

특히 미세한 높낮이로 형성된 표면은 빛의 각도에 따라 은은한 음영을 만들어내며, 정적인 화면에 유동적인 공간감을 부여한다. 작가는 “화면의 여백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숨을 머금은 공간”이라 말하며, 빛과 만난 음영이 화면을 확장시키고 조용한 경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윤순원 작가의 작업에서 핵심은 ‘비움’이다. 그는 선을 그리는 대신 새기는 방식으로 화면을 비워낸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수행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요철의 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음영은 음각과 양각처럼 서로를 드러내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음과 양의 동시성과 일체성을 비움을 통해 드러낸다”고 밝힌다.

[不二  82.5cm×74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4]
[不二 82.5cm×74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4]

이러한 작업 방식은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윤 작가는 “입체성이란 상반되는 것들이 대립하며 형성되는 이미지”라며, 비움과 채움, 음과 양이 서로를 통해 드러나는 구조를 강조한다. 반복과정 속에서 축적된 시간성 또한 작품의 중요한 요소다.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달항아리는 단순한 대상 재현을 넘어, 빛과 여백, 물질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형적 장치로 기능한다. 색을 배제한 화면은 오히려 재료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깊은 밀도와 사유를 형성한다.

[不二  64.5cm×60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4]
[不二 64.5cm×60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4]

윤순원 작가에게 있어 한지와 항아리는 단순한 소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화 작업을 거치며 한지의 매력에 매료된 그는 2008년부터 닥을 활용한 부조 작업을 지속해 왔다. 여러 번의 "중첩을" 통해 형성된 두터운 질감 위에 만들어지는 미세한 결은, 유심히 바라볼 때 비로소 드러나는 한지 특유의 기품을 담고 있다.

그는 특정 작품을 대표작으로 꼽기보다, 모든 작업이 각기 다른 시간의 기억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미 다른 이의 공간으로 떠난 작품들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여운과 애정을 남긴다.

[不二  59.5cm×55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4]
[不二 59.5cm×55cm mixed media on hanji Relief 2024]

미술계에서는 윤순원 작가의 작업을 한국 현대미술이 이어온 절제와 물질성의 흐름 속에서, 전통 매체를 동시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한다. 한지라는 익숙한 재료를 통해 구축된 그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관람자에게 사유의 깊이와 감각의 확장을 동시에 제안한다.

비움으로 채워지고, 빛으로 완성되는 화면. 윤순원 작가의 달항아리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스스로를 비추고 있다.

[윤순원 작가]
[윤순원 작가]

[윤순원 (YUN SOONWON)]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 졸업
E-mailrahn57@hanmail.net

-개인전
개인전 24회 (국내·외)
부스 개인전 8회

-아트페어
KIAF (2018–2025, COEX)
화랑미술제 (2017–2026 (COEX·SETEC·수원)
ART ASIA MIMI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Affordable Art Fair (영국,싱가포르,홍콩)
두바이국제아트페어
부산아트쇼
브뤼셀아트페어
칼슈르에 아트페어(독일)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공예박물관㈜
㈜TCC스틸/피앤에프유압㈜/에이스제약/애월파라다이스 외 해외 화랑 및 개인 소장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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