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석유 운송로를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생명선'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의 강경 매체가 걸프 국가들의 인터넷 9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저 케이블 절단을 시사하며 '디지털 재앙'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의 해상 봉쇄에 맞선 이란의 새로운 압박 전술이 전 세계 인터넷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2026년 4월 23일, 중동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역봉쇄'에 맞서 이란이 대응 압박에 나선 가운데,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완전한 휴전은 해상 봉쇄 해제가 조건"이라고 못 박으며 협상 재개 조건을 분명히 했다. 이란 군부와 연계된 강경파는 무력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어제(22일, 현지시각) "호르무즈해협,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인터넷 케이블(연결)을 위한 생명선 같은 핵심 통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타스님은 호르무즈해협이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주요 인터넷 케이블 7개"가 통과하는 길목이며,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페르시아만 남쪽 연안 국가들이 세계 인터넷망 연결을 위해 이 경로에 "최대 90%"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이 경로를 통한 연결 비중이 30~40%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만약 자연재해, 선박의 닻 투하, 해상사고, 혹은 고의적 행위 등 어떤 이유로든 해협의 주요 케이블 몇 개가 동시에 끊긴다면, 걸프 아랍국들에선 '디지털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의 심각한 단절과 광범위한 장애는 물론, "수억달러에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일일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구체적 피해 사례로는 "은행 거래 손실, 두바이와 도하의 증시 장애, 전자상거래 중단, 항공편 취소"를 언급하며 파급력을 강조했다.
이러한 위협은 단순한 공갈이 아니다. 타스님 통신은 과거 2008년 지중해에서 케이블 두 개가 끊겨 중동과 인도 인터넷이 "최대 70%" 줄고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사례를 들며 경고의 현실성을 뒷받침했다. 또한, 이란의 우방인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해와 발트해에서 서방의 해저 케이블을 훼손한 전례가 있다. 특히 작년 12월 25일에는 러시아 석유 밀수출용으로 의심되는 쿡제도 국적 유조선이 핀란드만 해저 전력·통신 케이블 5가닥을 약 90km에 걸쳐 닻을 끄는 방식으로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핀란드 해양경비대 소속 선박 '투르바'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항 화물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에이피(AP) 통신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 역시 과거 홍해 등의 케이블을 위협한 적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해저 케이블을 이용한 비대칭 공격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란 강경 매체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의 해상 봉쇄에 대한 이란의 물류 봉쇄 및 해저 케이블 절단 가능성 경고로 해석되며 중동 지역의 긴장 수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대치 상황이 디지털 인프라를 볼모로 한 새로운 형태의 비대칭 위협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걸프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경제 안보에 심각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단순한 군사적 대치 수준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생명줄인 해저 통신 케이블을 볼모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대칭 위협'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은 국제 사회에 중대한 경고를 던진다.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연결성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사회의 인터넷 안보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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