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중 관계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 9년 만의 방중이자, 두 정상이 일곱 번째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다.
양국은 무역, 대만, 이란 전쟁, 공급망 문제 등 첨예한 현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지만, 동시에 관계 악화를 통제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행 이란 원유를 봉쇄하고 있음에도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점은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트럼프 “중국의 협조 필요”…시진핑은 경제 안정 절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각자 분명한 실익을 노리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 전쟁 종식에 협조하고,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등 대규모 구매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경제 사절단을 동행시킨 것도 경제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경기 둔화 장기화 속에서 미국과의 예측 가능한 관계 복원을 원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소비 부진과 디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시 주석 스스로도 “수요 부족이 전략적 문제”라고 언급할 정도로 경제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갑작스러운 충돌만 피할 수 있어도 경제적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겉으로는 화해 분위기…속내는 ‘관리된 디커플링’
정상회담 공식 일정은 화려하게 구성됐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단(天壇) 투어를 제공하고, 인민대회당 회담과 국빈 만찬, 차담회 등을 마련하며 최고 수준의 예우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형적 화해 분위기와 달리 양국은 동시에 서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관리된 분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정상회담 직전 중국의 국가주도 산업전략에 대응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재계 내부에서도 중국 견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관계 파탄은 원하지 않지만, 경제·기술 패권 경쟁 자체는 피할 수 없는 구조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 트럼프의 ‘시진핑 특별대우’ 논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인식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다른 정상들과 달리 시진핑 주석에게 상당한 존중과 호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시 주석을 “친구”라고 repeatedly 표현하며 깊은 존경심을 드러내 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시진핑을 역사상 최고의 중국 지도자 혹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자주 칭찬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2019년 G20 회담 당시 시 주석이 신장 위구르 지역 수용소 정책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용인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적기도 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에 대해 현재 상황과 무관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인권 문제보다 실리 우선 가능성
이번 회담에서는 홍콩 민주화 인사 지미 라이 석방 문제 등 인권 이슈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의회 초당파 의원 100여 명이 라이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는 많은 혼란을 일으켰다”며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실용적 거래를 위해 민주주의·인권 의제를 상대적으로 낮게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대 변수는 대만…‘전략적 모호성’ 흔들리나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변수는 대만 문제가 될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축소와 외교적 표현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기존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에서 더 나아가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준의 변화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정부는 공식적인 정책 변화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관련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돌파구보다 관리”…현실적 목표에 무게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합의가 나오기보다는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위기 관리’ 수준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중국센터장은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대타협이나 극적인 전환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양국이 충돌을 피하면서도 패권 경쟁은 지속하는 복합적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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