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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불량 칩’으로 고수익 전략…맥북 네오 흥행

애플이 일부 결함이 있는 반도체 칩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저가 제품 시장 공략과 수익성 확대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애플은 최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군에서도 높은 판매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빈드 칩(Binned Chip)’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일부 성능 결함이 있는 칩을 폐기하지 않고 기능을 제한해 다른 제품군에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 맥북 네오 흥행 배경…결함 GPU 코어 활용

대표 사례는 최근 출시된 599달러짜리 ‘맥북 네오(MacBook Neo)’다. 초기 판매 흐름에서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맥북 네오에는 애플의 A18 Pro 칩이 탑재됐는데, 이는 2년 전 아이폰16 프로에 처음 적용됐던 칩과 동일 계열이다. 다만 GPU 코어 수가 기존 6개가 아닌 5개로 줄어들었다는 점이 차이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GPU 코어 일부에 결함이 있는 칩을 폐기하지 않고 성능을 조정해 보급형 노트북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함 코어를 비활성화하면 완전한 최고 성능은 아니더라도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은 칩·더 좋은 칩·최고 칩”…반도체도 등급 전략

애플의 전략은 반도체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온 ‘등급화 판매’ 방식과 맞닿아 있다.

최고 성능 칩은 프리미엄 아이폰이나 고급형 맥북에 사용하고, 일부 성능이 낮은 칩은 보급형 제품군으로 이동시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단순한 재고 처리 수준을 넘어 이 전략을 제품 설계의 핵심 축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한다.

공급망 분석가 팀 컬판은 “최고 사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칩도 활용할 수 있다면 비용과 폐기량,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더 넓은 소비자층까지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저가 제품 확대…안드로이드·크롬북 사용자 흡수

애플은 자체 설계 반도체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과 맥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맥북 네오는 크롬북이나 일반 PC 사용자층을 겨냥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아이폰17e’ 역시 안드로이드 사용자 유입을 노린 전략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 제품들 역시 일부 기능 제한 칩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와 IDC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저장장치 가격 급등으로 경쟁 제조사들은 저가 기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애플은 반도체 활용 효율을 높이며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서비스 생태계 확대 효과”…애플식 수익 모델 강화

애플이 저가 제품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는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애플 기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아이클라우드 저장공간, 앱스토어, 애플뮤직 등 고수익 서비스 사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하드웨어보다 서비스 부문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 사용자 기반을 넓힌 뒤 생태계 안에 장기적으로 묶어두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칩 재활용 역사 오래됐다”…A4부터 이어진 전략

애플의 칩 재활용 전략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첫 자체 설계 칩인 A4 시절부터 유사한 방식이 활용됐다.

A4 칩은 처음 아이패드에 적용된 뒤 아이폰4와 애플TV에도 사용됐다. 당시 전력 소모가 많은 일부 칩은 배터리 효율이 중요한 아이폰에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전원 연결형 기기인 애플TV에서는 문제없이 활용 가능했다.

이후에도 애플은 성능이나 전력 효율이 다소 부족한 칩을 홈팟(HomePod)이나 아이패드 등 다른 제품군으로 전환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공급망 부담 현실화…TSMC 의존도 리스크 부상

다만 최근 들어 애플의 전략에도 부담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현재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대만 TSMC에 의존하고 있는데,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생산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맥북 네오 판매 호조로 기존 재활용 칩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애플은 최근 네오 생산 지속을 위해 A18 Pro 칩 신규 주문까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TF인터내셔널증권의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과거만큼의 공급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급 부담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저가 전략 성공에도 공급난 변수 남아

팀 쿡 애플 CEO 역시 최근 아이폰과 맥 제품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울 정도의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현재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맥북 네오 배송 기간이 1~2주 수준으로 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향후에도 결함 칩 재활용 전략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AI 반도체 경쟁 심화와 TSMC 생산능력 한계가 장기적으로는 애플 공급망 전략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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