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치와 인권의 접점 찾은 창원출입국, '병마'에 체류 기한 놓친 이주여성 1000만원 범칙금 면제 추진

이겨례 기자
법치와 인권의 접점 찾은 창원출입국, '병마'에 체류 기한 놓친 이주여성 1000만원 범칙금 면제 추진
©연합뉴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장기 입원 치료 탓에 체류 연장 시기를 놓쳐 100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한 필리핀 국적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법무부 장관 직권의 면제 조치를 공식 요청했다. 이번 결정은 해당 여성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서 어린 자녀를 양육 중이며 배우자 역시 암 투병 중인 점 등 복합적인 인도적 사유를 고려한 결과다. 출입국 당국은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의 만장일치 의결을 거쳐 행정의 유연성을 발휘하기로 확정했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질병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불법 체류 상태가 된 필리핀 국적 결혼이주여성 하츠란 조날린 씨의 범칙금 면제와 체류 자격 회복을 위한 구제 절차에 전격 착수했다. 사무소 측은 지난 22일 하츠란 씨에게 부과될 예정인 1000만원 규모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범칙금을 면제해달라는 안건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개별 사례의 특수성과 인도적 가치를 우선시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구제 대상자인 하츠란 씨는 지난 2011년 한국인 박종남 씨와 혼인한 후 경상남도 창녕군에 정착하여 두 자녀를 낳고 10년 넘게 평범한 가정을 꾸려온 인물이다. 그러나 하츠란 씨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조현병 증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본인의 체류 기간 만료일인 지난해 6월 22일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넘기게 되었다. 현행법상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고 만료일을 넘길 경우 즉시 불법 체류 상태로 간주하며 기간에 비례해 고액의 범칙금이 발생한다.

하츠란 씨 가족은 지난 14일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직접 방문하여 체류 연장과 관련한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법적 곤경을 토로했다. 사무소는 조사 과정에서 하츠란 씨가 장기간의 정신과적 치료로 정상적인 행정 절차 이행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해당 가정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고 배우자인 박 씨 또한 암 수술 이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행정 당국은 하츠란 씨의 사례가 단순한 법규 경시나 고의적 기피가 아닌 불가항력적 사유에 의한 지연이라고 판단하여 내부 협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소집하여 해당 안건을 정식 상정했다. 협의회 위원들은 하츠란 씨가 처한 가정환경과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거액의 범칙금 부과는 가혹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만장일치로 면제 요청안을 의결했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승인이 완료되면 하츠란 씨의 범칙금은 전액 면제되며 단절되었던 체류 자격 또한 즉시 정상적으로 회복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범칙금 처분 통지는 시스템상 자동으로 발송되지만 입원 등의 사정으로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체류 기간이 경과한 사정이 매우 안타까웠다"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 집행에 있어 인도적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법치주의의 엄격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 체류에 대한 예외 없는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기도 한다. 행정의 예외가 반복될 경우 출입국 관리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며 다른 외국인 체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츠란 씨의 경우처럼 명확한 의료적 증빙이 있고 국내 가족 기반이 확고한 사례에 한해서는 행정청의 재량권을 활용한 구제가 사회 통합 측면에서 실익이 크다고 분석한다.

법무부의 최종 승인 여부는 이르면 이달 말 결정될 전망이며 승인이 확정될 경우 하츠란 씨는 다시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확보하고 가족과 함께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사례는 엄격한 법 집행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유연한 행정의 모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사한 사정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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