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역내 기술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나섰지만, 회원국과 주요 정책 책임자들 사이에서 접근 방식에 대한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위성 주파수 배분과 클라우드 시장 입찰 규제 등 핵심 사안에서 “유럽 우선주의”를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 스타링크·아마존에도 일부 길 열어둔 EU 위성 정책
2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모바일 위성 서비스용 주파수 배분 과정에서 유럽 기업에 우선권을 주되, 일론 머스크 CEO의 스타링크(Starlink)와 아마존의 저궤도 위성 사업인 ‘레오(LEO)’에도 일정 부분 참여 기회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대다수 주파수는 유럽 기업들에 배정하면서도 글로벌 경쟁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해당 주파수는 군사 및 상업 분야 모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큰 2GHz 대역으로, 향후 유럽의 디지털·안보 인프라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 클라우드 시장서 美 기업 영향력 축소 움직임
EU는 오는 6월 3일 발표 예정인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Cloud and AI Development Act)’을 통해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가 합산 점유율 63%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통계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AWS는 28%로 1위, 애저는 21%, 구글 클라우드는 14% 수준이다.
EU 초안은 미국 기업들의 시장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민감한 공공 조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참여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 “기술 주권 강화” vs “미국 보복 우려”
이번 정책 변화는 중국의 기술 굴기와 미국 빅테크 의존 심화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유럽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핵심 디지털 인프라를 외부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전략적 취약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부에서는 대응 수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공격적인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정책을 주장하는 반면, 다른 진영은 미국과의 통상 갈등 가능성과 유럽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 강경파와 신중론 충돌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 스테판 세주르네(Stephane Sejourne)와 국방 담당 집행위원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는 유럽 기업에 대한 우대 정책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특히 쿠빌리우스는 군사·방위 분야에서는 유럽 기업 중심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핀란드 출신의 EU 기술 담당 집행위원 헨나 비르쿠넨(Henna Virkkunen)은 특정 국가 기업을 배제하기보다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고 명확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보다 개방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비르쿠넨의 신중론이 우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유럽, 美 대비 1조 유로 투자 격차”
전문가들은 유럽이 기술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스탠퍼드 계산독점금지 프로젝트 편집장 알바 리베라 마르티네스는 “현재 지정학적 환경은 유럽이 핵심 인프라에서 언제든 차단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유럽이 클라우드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미국 대비 약 1조 유로 규모의 투자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는 실질적인 기술 자립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 유럽식 보호주의 논란도 확대
한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한 로비 단체 CCIA는 최근 성명을 통해 “비(非)EU 기업에 대한 포괄적 배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EU 디지털 정책이 자칫 보호무역주의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시장 개방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모바일 위성 주파수 정책은 EU 회원국들의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며,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 역시 유럽의회와 회원국 협상을 통해 내용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