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젠슨 황, 4일 방한해 K-반도체·IT 총수들과 'AI 동맹' 강화…네이버 1784 방문 및 시구 등 파격 행보

이성경 기자
젠슨 황, 4일 방한해 K-반도체·IT 총수들과 'AI 동맹' 강화…네이버 1784 방문 및 시구 등 파격 행보
©연합뉴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4일 방한하여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차세대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을 넘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한 공급망 결속에 나선다. 황 CEO는 대만에서 개최되는 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인 'GTC 타이베이' 등 주요 일정을 소화한 직후인 4일 저녁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다. 이번 방한은 지난해 10월 삼성동에서 열린 이른바 '깐부회동' 이후 약 8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행보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격적인 일정은 입국 이튿날인 5일부터 시작되며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그룹 수장들과의 비공개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회동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리고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참석하여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세부 동선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되어 모빌리티와 AI의 결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회동 명단에서 제외되었으나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해외 출장 일정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삼성전자는 대신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대만 현지에서 열리는 '코리아 파트너 나잇'에 참석하여 실무 차원의 협력을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협력 체제는 흔들림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동의 장소로는 격식을 차린 연회장 대신 서울 홍대나 성수동 일대의 캐주얼한 식당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평소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소탈한 소통을 즐기는 황 CEO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지난해 치킨집 회동에 이어 또 한 번의 파격적인 만남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러한 유연한 소통 방식은 딱딱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져 엔비디아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한 준비의 전 과정은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디슨 이사는 지난해 '깐부회동'을 직접 기획하며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도 그녀는 주요 행사 동선과 일정 조율은 물론 한국의 젊은 문화를 반영한 장소 선정에 깊이 관여하며 부친의 방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황 CEO는 오는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의 제2사옥 '1784'를 방문하여 국내 플랫폼 기술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네이버 1784는 로봇,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등 미래 기술이 집약된 공간으로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기술 구현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이번 방문을 통해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경쟁력과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합된 구체적인 협력 모델이 도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즈니스 일정 외에도 황 CEO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등 한국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행보도 계획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홈경기에 등장할 것으로 알려진 그는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엔비디아의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어 글로벌 AI 산업의 비전과 한국 파트너사들의 역할을 공유할 예정이다.

방한에 앞서 대만 현지에서 열리는 '코리아 파트너 나잇' 만찬 행사 역시 한국 기업들과의 결속력을 다지는 중요한 사전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부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만 GTC 현장을 직접 찾아 황 CEO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별도의 단독 회동을 갖는 등 HBM 공급망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화려한 행보 이면에 실질적인 기술 이전이나 독점 공급 계약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엔비디아와 네이버 측은 공식적으로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 성과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한은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거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GPU 생태계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드리 역량이 결합될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전 세계 AI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황 CEO의 방한 이후 국내 반도체 및 IT 기업들의 주가 향방과 전략적 제휴 발표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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