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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갖는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친교를 넘어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로보틱스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국내 핵심 IT 기업들 간의 'K-반도체 연합군' 결성 여부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에서 열리는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을 찾아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방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회동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이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을 넘어 차세대 AI 반도체 협력과 로보틱스, 피지컬 AI 분야로의 파트너십 확대를 논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총수들과의 회동 장소로는 서울 성수동의 한 삼겹살 음식점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격식 없는 소통의 장이 마련될 전망이다. 해당 음식점 측은 엔비디아 측으로부터 가예약을 접수하고 최종 인원 확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회동 예정일 오후에는 이미 일반 예약이 마감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평소 캐주얼한 만남을 선호하는 황 CEO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행보로, 지난해 10월 삼성동 치킨집에서 열렸던 이른바 '깐부회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수동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최근 첨단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서울의 새로운 기술 중심지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회동의 의미를 더한다. 황 CEO의 방한 준비 전반에는 그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깊숙이 관여하여 주요 동선과 일정을 세심하게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디슨 이사는 지난해 치맥 회동을 직접 기획한 인물로, 올해도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를 활용해 글로벌 경영진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회동 명단에서 제외되었으나 이는 불화가 아닌 해외 출장 등 개인적인 일정 중복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는 황 CEO의 방한에 앞서 대만 현지에서 열리는 '코리아 파트너 나잇' 만찬 행사에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을 파견하여 엔비디아와의 실무적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 중 이 회장과의 별도 만남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나, 양사 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관련 논의는 물밑에서 긴밀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황 CEO는 오는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의 기술 집약형 사옥 '1784'를 방문하여 국내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 방안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네이버 1784는 로봇,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5G 특화망 등 미래 기술이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된 테스트베드로,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생태계 구현에 최적화된 장소로 꼽힌다. 네이버와 엔비디아 양측은 구체적인 방문 의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과 국내 AI 주권 확보라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 외에도 황 CEO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의 홈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등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또한 신라호텔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추진하며 엔비디아의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의지를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광폭 행보는 엔비디아가 한국을 단순한 부품 공급처가 아닌, AI 시대를 함께 개척할 핵심 전략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화려한 행보가 실제적인 기술 제휴나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EO의 방한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기술 이전 등의 실질적 성과는 별도의 실무 협상을 거쳐야 하는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화려한 대외 행보 뒤에 숨겨진 치열한 수 싸움과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의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엔비디아 CEO가 직접 한국의 주요 총수들을 만나는 것은 HBM 등 핵심 부품의 안정적 수급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이다"라며 "이번 회동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들은 AI 가속기 공급을 넘어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피지컬 AI 등 차세대 산업 전반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황 CEO가 대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차세대 CPU와 AI 에이전트 기술이 한국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결합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형성될 '성수동 동맹'이 글로벌 AI 시장의 지형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전 세계 산업계의 시선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