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 위기 장기화에 2100만 배럴 비축유 스와프 6월까지 전격 연장

이성경 기자
중동 위기 장기화에 2100만 배럴 비축유 스와프 6월까지 전격 연장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비축유 스와프 제도를 이달 말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약 2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정유사에 공급되어 수급 시차를 메우고 있으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불확실성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유 외에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산업 원료와 보건 의료 물자의 재고 상태를 점검하며 공급망 안정을 꾀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당초 4월에서 5월까지로 예정했던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운영 기간을 6월까지 한 달 더 연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판단 아래 국내 석유제품 생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연장 조치는 정유업계의 원유 수급 유연성을 확보하고 국내 에너지 시장의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비축유 스와프는 국내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했다는 증빙을 제시할 경우 정부가 비축유를 우선 대여해주고 사후에 돌려받는 제도다. 중동산 원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체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 발생하는 물리적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정유사는 이를 통해 원유 도입 지연에 따른 공정 중단 위험을 피하고 안정적인 생산 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현재까지 스와프가 진행된 원유 물량은 약 2100만 배럴에 달하며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상환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산업부는 정유사들이 확보한 대체 물량이 국내항에 도착하는 대로 비축유를 회수하여 국가 에너지 저장고의 건전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시장 질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민간의 수급 애로를 공공의 자산으로 보완하는 효율적인 자원 운용 사례로 평가받는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불안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며 국내 정유업계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다. 유조선의 통행이 제한되거나 지연될 경우 원유 도입 비용 상승은 물론 국내 유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비축유를 활용한 수급 조절 기제를 가동하여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했음에도 물리적 거리와 항행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급 시차를 정부 비축유로 메우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민관 협력을 통한 에너지 안보 확립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보건 의료 분야의 필수 원료 역시 평시 재고 수준을 유지하며 공급망 위기에서 비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수액제 포장재와 주사기류, 의료용 장갑 등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는 이달 말까지 공급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수액제 포장재의 경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대체 공급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의료 현장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료들도 현재까지 안정적인 수급 흐름을 보이고 있다. 헬륨과 브롬화수소, 알루미늄 휠 등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재들은 공급 차질 동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는 주요 산업별 원자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여 작은 수급 이상 징후라도 포착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 체계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축유 스와프의 반복적인 기간 연장이 국가 비축분 관리의 행정적 부담을 높이고 장기적인 비축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는 국가 비상사태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인 만큼 민간 대여 규모와 상환 시점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중립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공적 자원 투입은 시장 자율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존재한다.

향후 정부는 중동 정세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며 비축유 상환 절차와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에너지와 핵심 원자재의 자급률을 높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책에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인 재고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여 대외 리스크에 강한 체질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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