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진보 교육감 11곳 석권하며 4년 만에 압승... 수도권·강원·제주 등 교육 지형 대전환

이겨례 기자
진보 교육감 11곳 석권하며 4년 만에 압승... 수도권·강원·제주 등 교육 지형 대전환
©연합뉴스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1개 지역을 휩쓸며 4년 만에 압도적인 우위를 탈환했다. 서울 정근식, 경기 안민석 후보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을 포함해 강원과 제주 등 보수 거점까지 진보 진영이 장악하며 교육 권력 지형이 급변했다. 보수 진영은 대구와 경북 등 5개 지역을 수성하는 데 그치며 향후 교육 정책 주도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교육 행정의 주도권이 4년 만에 진보 진영으로 급격히 재편되며 교육 현장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 성향 후보들은 전체의 약 70퍼센트에 달하는 11개 지역에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는 4년 전 진보 9곳, 보수 8곳으로 팽팽했던 세력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고 진보 진영이 확실한 우위에 선 결과로 풀이된다. 보수 진영은 영남권과 충청 일부 지역을 포함해 5곳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교육 행정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내주게 되었다.

서울 지역에서는 현직 교육감인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며 기존 교육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 후보는 94.94퍼센트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30.49퍼센트의 득표율을 기록해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기초학력 증진과 학생들의 마음 건강 지원 등 기존 서울시교육청의 핵심 사업들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보수 진영은 후보 단일화 과정의 잡음과 정책적 대안 제시 부족으로 서울 탈환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경기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 출신인 안민석 후보가 보수 진영의 현직 임태희 후보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안 후보는 99.95퍼센트의 개표율 속에서 52.81퍼센트를 득표하며 47.18퍼센트에 그친 임 후보를 제치고 당선을 확정했다. 경기 교육의 수장이 보수에서 진보로 교체됨에 따라 지난 4년간 추진된 보수적 교육 기조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김석준 후보가 50.63퍼센트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전국 최초의 '4선 민선 교육감'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강원과 제주 지역에서도 교육 행정의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로 전환되며 전국적인 진보 선풍을 뒷받침했다. 강원에서는 진보 성향 강삼영 후보가 보수 성향의 현직 신경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파란을 연출했다. 제주 역시 진보 성향 고의숙 후보가 당선되면서 교육 자치 행정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울산에서는 진보 성향 조용식 후보가 39.22퍼센트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호남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도 진보 진영의 강세는 뚜렷한 수치로 나타났다. 전남과 광주 지역 선거에서는 현직인 김대중 후보가 42.52퍼센트의 득표율로 수성에 성공하며 정책 지속성을 인정받았다. 전북에서는 진보 진영 내부 경쟁 끝에 천호성 후보가 56.63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인으로 확정됐다. 충남 이병도 후보와 인천 도성훈 후보도 각각 승리를 거머쥐며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재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도성훈 후보는 보수 성향 이대형 후보를 제치고 3선 고지에 오르며 기반을 다졌다.

보수 진영은 영남권 일부와 충북,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승리하며 최소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구에서는 강은희 후보가 52.40퍼센트의 득표율로 3선 당선을 일찌감치 확정 지으며 보수 교육의 자존심을 지켰다. 경북의 임종식 후보와 충북의 윤건영 후보 등 현직 교육감들도 승리하며 보수적 교육 가치의 명맥을 유지했다. 대전의 오석진 후보는 진보 성향 성광진 후보를 상대로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27.48퍼센트의 득표율로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 강미애 후보가 36.25퍼센트의 득표율로 당선되어 세종 교육청 사상 첫 여성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현직 교육감들의 강세가 여전했다는 사실이다. 출마한 11명의 현직 교육감 중 7명이 생존하며 '현직 프리미엄'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만 강원과 경기 등 상징성이 큰 지역에서 현직 교육감이 낙마하며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이 확인되기도 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의 독주가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이념 편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진보 교육감들의 대거 당선으로 학생인권조례 강화와 혁신학교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초 학력 저하 문제나 사립 학교의 자율성 침해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 교육 과정의 일관성 유지와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가 향후 진보 교육감들이 직면할 핵심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진보 교육감 시대의 부활로 민주시민교육과 학생인권조례 등 진보적 가치를 담은 교육 정책들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근식 후보와 경기 안민석 후보의 당선은 수도권 교육 행정의 대전환을 의미하며, 이는 정부의 교육 개혁 방향과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다. 교육 현장의 이념 과잉을 경계하고 교육 본연의 가치인 실력 양성과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향후 4년간 진보 교육감들이 보여줄 행정 역량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 지형을 결정할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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