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제14대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하며 8개월간의 수장 공백 사태를 매듭지었다. 이번 인사는 2016년 이후 역대 두 번째 민간 출신 회장의 발탁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 규제 강화 등 위기에 직면한 업계의 자구책 마련을 위한 실무형 리더십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오는 16일 임시총회 의결을 거쳐 3년 임기의 회장직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회의를 열고 과반수 득표를 얻은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천위원회는 롯데카드, 비씨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14개 회원이사 대표와 삼성카드 감사 등 총 15개사 대표이사로 구성되어 업계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했다. 이 후보자가 최종 선임되면 여신금융협회가 상근직 체제로 전환된 2016년 김덕수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 민간 출신 수장이 된다.
이동철 후보자는 금융권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 기획과 현장 실무 능력을 동시에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1년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툴레인대 로스쿨에서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며 글로벌 역량을 쌓았다. 이후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상무, KB생명보험 부사장, KB금융지주 전략총괄부사장(CSO)을 거쳐 KB국민카드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KB금융지주에서 글로벌·보험 및 디지털·IT 부문장을 맡아 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를 진두지휘했다.
이번 선임 절차는 정완규 현 회장의 임기가 지난해 10월 만료된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해 지연되다가 8개월 만에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관례처럼 이어져 온 관료 출신 인사의 독점 현상을 깨고 업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민간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당국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수익성 악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사 및 캐피탈사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여신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의 지속적인 인하와 카드론 규제 강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내정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업계의 위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는 "지금 여신업계가 힘든 환경에 놓여 있는데 어려운 부분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협회장으로서 옆에서 잘 조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하며 업권의 숙원 과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이 아닌 민간 인사가 정부 및 금융당국과의 대관 업무에서 충분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규제 산업인 금융업의 특성상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당국과의 유대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KB금융지주에서 전략과 글로벌 부문을 두루 섭렵하며 쌓은 폭넓은 네트워크와 정무적 감각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서는 관료 출신이 독식하던 유관 기관장 자리에 민간 전문가를 전면 배치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화재보험협회가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를 차기 이사장 후보로 내정한 데 이어, 지난 4월 보험연구원장에도 학계 전문가인 김헌수 교수가 선임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기조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관치 금융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보수적 시장 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임시총회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으나, 업계 내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단독 추천된 만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공식 취임 이후에는 카드 수수료 재산정 체계 개편 논의와 빅테크 기업과의 공정 경쟁 환경 조성 등 난도가 높은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이 후보자가 민간 기업에서 보여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여신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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