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피부과’ 간판을 달고 아토피 환자에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외면하는 강남역 병원 37곳의 충격적인 현실 속에서, 1차 의료 인프라 붕괴라는 슬픈 자화상을 마주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6월 2일, ‘강남역 피부과’를 검색해 상단에 노출된 40개 병원에 문의한 결과 37곳이 건선 등 피부 질환 진료를 거부하고 「피부 미용 진료만 봅니다」라고 안내했다.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3곳 중 2곳은 현장 접수 시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고, 나머지 1곳은 간단한 약 처방만 가능했다. 직접 방문한 강남역 인근 ‘피부과’ 간판 병원 5곳 역시 모두 피부 질환 진료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환자들의 고통은 극심하다. 지난 2월 아토피 악화로 김모(34) 씨는 집 근처 피부과 5곳에서 진료를 거부당해 결국 반차를 내고 멀리 떨어진 병원에서 3시간 대기 후 진료받았다. 지난달 초 화장품 부작용으로 발진이 심해진 박모(29) 씨는 수십 통의 전화 끝에야 다른 동네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3월, 두드러기로 ‘피부과’를 찾았던 대학생 심모(23) 씨는 시술 예약이 많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절당했다. 더욱이 지난달 좁쌀 발진으로 강남구의 한 병원을 찾았던 이모(42) 씨는 스테로이드 연고만 처방받아 증상이 악화되었고, 뒤늦게 마포구의 다른 병원에서 2시간 대기 끝에 「대상포진」 진단을 받기도 했다. 간판만 믿을 수 없는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현실의 근본 원인은 바로 ‘수익성 악화’에 있다. 2024년 기준 피부과 의원 1개당 평균 건강보험 청구액은 4억2천400만 원으로, 정형외과(11억9천600만원) 등 타 진료과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응호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개원 비용 10억에서 15억 원 이상」을 감당하며 「보험 환자만 봐서 병원을 유지하려면 의사 한 명이 하루에 120~150명의 환자를 쉼 없이 돌봐야 하는」 기형적 구조 탓에 비급여 미용 진료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7월 일반의가 신규 개설한 의원급 기관 176곳 중 146건(83%)이 피부과를 신고했다는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도 이러한 수익성 문제로 일반의마저 미용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차 의료 인프라 붕괴는 의료 시스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진다. 경증 환자가 1차 의료에서 걸러지지 않으면서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피부과는 최소 4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마비 상태다. 김범준 중앙대 의대 피부과 교수는 「경증 질환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하며, 최응호 교수는 「1차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라고 씁쓸하게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6월 4일, 비전문의 의원 간판에서 ‘진료과목’ 표기 자체를 삭제하고 미용 시술 기관과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하반기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범준 교수는 「1차 의료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경증 환자를 잘 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우리동네 피부과 전문의’ 검색 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전문의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추진 예정인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단순히 간판 규제를 넘어, ‘진짜 피부과’가 사라지는 근본적인 원인인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고 1차 의료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 국민이 필요할 때 적절한 피부 질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며, 이는 경증 질환이 만성화되거나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고,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필수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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