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주민자치회 가입의 핵심 장벽이었던 1년 거주 요건을 전격 폐지하고 외국인과 지역 내 직장인까지 참여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이번 조치는 주민총회의 의결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근거를 마련해 주민자치회가 지역 현안 해결의 중심축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새로 이사 온 주민도 즉시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역 사회의 역동성과 자치권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단행된 지방자치법 개정 취지에 맞춰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골자로 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참고조례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다. 이번 개정안은 주민자치회의 참여 문턱을 낮추고 주민총회의 의결 기능을 강화하여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역 사회의 자치 역량을 극대화하고 주민 중심의 정책 수립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주민자치회 위원의 자격요건 완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에 명시되었던 '해당 읍·면·동에서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을 과감히 폐지하여 신규 전입 주민도 이주 직후 자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인구 이동이 잦은 현대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여 신규 주민의 지역 사회 안착을 돕고 이들의 신선한 시각을 자치 활동에 즉각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참여 주체의 외연도 다문화 사회와 생활권 중심의 지역 구조에 맞춰 대폭 확장된다. 영주권자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외국인 주민에게도 위원 자격을 부여하여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읍·면·동 소재 사업장 근로자와 학교 임직원 등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분과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합적으로 담아낸다.
주민총회의 권한을 키워 주민자치회의 의사결정 기능도 실질적으로 강화한다. 주민총회 의결 안건에 운영세칙 제·개정, 연계 법인 운영, 주민조례발안 청구 추진 등을 새롭게 추가하여 자치 기구로서의 독립성을 높였다. 특히 자치계획과 주민참여예산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주민들이 도출한 의견이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확립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정보 공유 체계도 한층 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읍·면·동 관련 주요 시책과 예산 사업 정보를 주민자치회에 미리 제공하도록 의무화하여 주민들이 정책 수립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관 주도의 행정에서 벗어나 주민과 행정이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자치회의 활동 범위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실무적인 지역 문제 해결로 확대된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가 통·리 단위 조직 및 지역 내 기관들과 협력하여 돌봄, 마을환경 개선, 재난 안전, 자살 예방 등 시급한 지역 현안을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특히 사회적협동조합 등 주민자치회 연계 법인 설립 근거를 신설하여 공공서비스 위탁사업이나 수익사업 수행을 통한 자생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행정적 지원 체계와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들도 대거 보강되었다. 사무국 설치 근거와 관련 법인·단체에 대한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여 조직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했다.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홍보 물품 제공 범위를 구체화하고, 특정 사안이나 한시적 의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하여 운영의 묘를 살렸다.
일각에서는 거주 기간 요건 폐지가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주민의 과도한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급격한 문호 개방이 기존 공동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거나 자치 활동의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치 기구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길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주민자치회가 명실상부한 지역 사회의 대표 기구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며 "주민들이 직접 예산과 정책에 목소리를 냄으로써 지방자치의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 시범 실시 이후 지속적인 보완을 거쳐온 주민자치 제도가 이번 전부개정안을 통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각 지자체는 이번 참고조례를 바탕으로 자체 조례를 정비하여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민자치회가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통해 수익 사업까지 수행하게 됨에 따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