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9년까지 총 40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소차 폐기 시 핵심 부품을 안전하게 회수하고 재사용하는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이번 사업은 수소 저장 용기와 연료전지 등 고부가가치 부품의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하여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의 완전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 급증하는 수소차 보급 대수에 맞춰 사후 관리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국가적 전략이 반영된 조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국고 329억 원을 포함한 총 408억 원 규모의 '폐수소차 해체 및 부품 재사용·활용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폐차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수소차 내부에 남은 잔류 수소를 안전하게 제거하고 핵심 부품을 원형 그대로 추출하는 고난도 기술 확보에 집중한다. 추출된 수소 저장 용기와 연료전지는 에너지 저장 장치나 소규모 발전 시스템으로 재탄생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실현할 예정이다.
국내 수소차 보급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폐차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2021년 1만 9,000대였던 누적 수소차 보급 대수는 2023년 3만 4,000대로 늘어났으며 2025년에는 4만 5,000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노후화에 따른 폐차 발생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안전한 해체 공정의 부재는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기술 개발의 핵심 축은 잔류 수소의 완벽한 제거와 더불어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의 회수 체계를 확립하는 데 있다. 폐구동모터 내 영구자석에서 친환경적으로 희토류 소재를 추출하는 기술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의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필수적인 경제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수소 저장 용기와 연료전지 스택은 재사용 발전 시스템으로 전환되어 분산형 전원 시장의 새로운 동력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료전지는 수명 종료 후에도 일정 수준의 발전 성능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재사용 시장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정부는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차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순환 경제 모델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질서의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수소차 핵심 부품의 자원화는 제조 단가 절감과 산업 생태계 확장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수소차의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인 연료전지 시스템을 재활용함으로써 연관 산업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는 결국 수소차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관련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밑거름이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소차 부품의 재사용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아직 미비하고 기술적 난도가 높아 실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 발생하는 높은 공정 비용을 어떻게 민간 부문에서 효율적으로 흡수할 것인가에 대한 경제성 검토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장 논리에 부합하는 수익 모델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정부 주도의 예산 투입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핵심 부품은 제조 단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는 기술은 미래 수소 산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국책 과제가 민간 기업의 기술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여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민관 협력을 통한 규제 정비가 기술 실증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 내다봤다.
향후 정부는 기술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수소차 폐차 및 재활용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관련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차량 보급 확대를 넘어 폐기 단계에서의 안전과 자원 회수 효율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책 당국의 판단이다. 기술 자립화를 통한 탄소 중립 실현과 신산업 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후속 조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