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1,600원대 진입까지 염두에 둔 비상 대응 체계를 전격 가동했다. 5대 은행은 외환 리스크가 자본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착수하는 한편, 유사시 즉각 투입 가능한 유동성 확보 전략을 수립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자 국내 금융권이 시장과 유동성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계열사별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나섰다. KB금융지주를 비롯한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환율 급변동에 따른 자본 적정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권은 현재의 환율 수준을 엄중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환율이 1,600원을 돌파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상정한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 중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임원회의를 소집해 외환시장 동향과 그룹 전반의 대응 현황을 정밀하게 점검했다. 그룹 차원의 외환 포지션 노출도를 관리하기 위해 투자 손익을 제외한 외화 환산 손익을 최소화하는 적극적인 환 헤지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회계상 손실이 그룹 전체의 재무 지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고강도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 대출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하고 결국 자본 비율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4월부터 시행해 온 고환율 관련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수입 신용장 무역 금융 금리 인하 대상을 기존 70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이용 고객으로 대폭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한다.
신한은행은 리스크관리그룹장이 주관하는 부서장 협의체인 위기관리협의회를 통해 주가와 환율 등 주요 시장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주의' 단계로 설정된 내부 위기 수준이 '경계' 이상으로 상향될 경우,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위기관리위원회로 회의체를 격상하여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시장 변동성이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즉각적인 자금 통제와 리스크 분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주재로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소집하여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현황을 집중 점검했다.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복합 위기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적인 자산 운용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자금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외화 유동성 관리 수준을 최고 단계로 강화하여 대외 신인도 하락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환율 수준별 대응 방안을 담은 비상 계획을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위기 대응 체계를 상시 유지하고 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지난 3월부터 위기대응협의회를 가동해 왔으며, 향후 1,600원 돌파 시나리오에 대비한 단계별 조치 사항을 이미 마련해 둔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600원을 넘을 경우에도 사전 준비한 대응 방안에 따라 신속히 대처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하며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NH농협은행 역시 환율과 시장 금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외환 관련 이슈를 매일 점검하여 경영진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외화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기조를 이어가며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다만 은행권의 이 같은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가 기업 대출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 자본 비율 사수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대한 신용 공급이 줄어들 경우, 고환율과 고금리로 고통받는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건전성 방어와 실물 경제 지원 사이의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한다.
금융권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보고 외화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정부 및 외환 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시장 교란 요인을 차단하고, 시나리오별 자금 인출 사태에 대비한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고환율 국면이 진정될 때까지 시중은행들의 비상 경영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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