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AI 산업의 현재 구조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소수 기업이 AI 기술의 가치와 권력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 최첨단 AI 모델 개발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현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향후 AI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소수 기업이 세상의 학습 독점해선 안 된다"
나델라 CEO는 2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AI 산업이 지나치게 일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무직 일자리가 모두 사라질 수 있고 AI가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무한한 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몇 개의 모델과 몇 개의 기업이 전 세계를 대신해 학습하는 구조를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직접적으로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현재 가장 강력한 AI 모델을 보유한 기업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AI 시장의 새로운 화두는 '민주화'
나델라 CEO가 제시한 미래 AI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민주화(Democratization)'다.
그는 AI 기술이 소수 기업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과 사용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가격대와 성능을 갖춘 AI 모델이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기업들이 특정 AI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산업이 현재의 독점적 플랫폼 구조에서 범용 서비스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저가 AI 모델 확대…오픈AI·앤트로픽 견제
WSJ에 따르면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수주 동안 저비용 AI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고객들의 AI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작업 목적에 따라 AI 모델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코파일럿 코워커(Copilot Cowork)' 서비스도 공개했다.
이는 최고 성능 모델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AI 대중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서비스를 전기나 인터넷처럼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범용 인프라로 만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중국 딥시크 도입 검토…AI 가격 전쟁 예고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딥시크는 초저가 AI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딥시크가 자사 모델을 무단 학습하거나 복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딥시크 모델을 자사 플랫폼에 제공할 경우 AI 서비스 가격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구축해온 고가의 AI 서비스 모델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최대 투자자에서 견제자로 변신한 마이크로소프트
이번 나델라 CEO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최대 후원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오픈AI의 성장을 지원해 왔다. 또한 지난해에는 앤트로픽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오픈AI가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독자 노선을 강화하면서 양사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특정 AI 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모델을 공급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RU20260619179901009(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일자리 제거보다 재설계가 중요"
나델라 CEO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 마케팅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가 2029년까지 초급 사무직 일자리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으며, 오픈AI의 샘 올트먼 역시 대규모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반면 나델라 CEO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재조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AI 역량과 인간 인재를 동시에 보유해야 하며, AI는 노동자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협업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AI 시대 기업 경쟁력은 '암묵지'가 좌우
나델라 CEO는 미래 기업의 경쟁력이 단순한 AI 모델 보유 여부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 축적된 '암묵지(Tacit Knowledge)'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인간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AI가 축적한 데이터를 결합한 지속적 학습 시스템이 미래 기업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식재산권(IP) 보호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차별화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진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 AI 산업의 다음 과제는 '사회적 신뢰'
나델라 CEO는 AI 산업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사회적 신뢰 확보를 꼽았다.
그는 "단순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회와 선택권이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AI 기업들은 사회적 허가(Social Permission)를 얻기 위한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