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2만2천 광화문 '충격패' 절규…30분 만에 흩어진 '붉은 분노'

정오, 2만2천여 붉은악마의 간절한 염원이 모인 광화문광장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자력 진출 실패의 충격패와 함께 '뭘 해보지도 못하고 졌다'는 허탈감과 분노로 뒤덮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대형 전광판을 통해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응원하려는 인파가 대한축구협회 추산 2만2천여명 집결했다. 경기를 앞두고 KT광화문빌딩 웨스트 대형 전광판에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의 얼굴이 뜨자 열광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붉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태극전사들에게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비교적 선선한 날씨(25~26도) 속에 온열질환자 없이 안전 관리 인력 1천193명의 통제 아래 응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전반전 내내 단조로운 공격과 결정력 부족으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분위기는 급격히 침통함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이미 가라앉은 광장의 열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아쉬운 동점 골 기회가 무산되자 광화문광장은 탄식을 넘어 비명에 가까운 절규로 가득 찼다. 그리고 마침내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스코어보드에 0-1 패배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곳곳에서는 '이걸 어떻게 지느냐', '우리가 그냥 못했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광장은 승리의 희망 대신 충격과 분노로 물들었다.

2만2천 광화문 '충격패' 절규…30분 만에 흩어진 '붉은 분노'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광화문을 찾은 오성빈 씨(22)는 '전술 없이 앞으로 공만 찼다. 전술이 너무 단조로웠다'며 아쉬워했다. 강모 씨(22)는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으며, 동탄에서 온 김동현 씨(20)는 '뭘 해보지도 못하고 졌다. 너무 허탈하다'며 씁쓸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패배로 한국 대표팀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남아공에 덜미를 잡히며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조 3위로 처진 대표팀은 이제 다른 조의 경기 결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대규모 거리응원 현장이었지만, 졸전과 충격패에 실망한 시민들은 경기 종료 30분 만에 빠르게 흩어졌다. 응원 열기로 가득했던 광화문광장은 병목 현상 없이 보행이 원활한 상태로 되돌아가며, 허탈감만 남긴 아이러니한 풍경을 연출했다.

비록 쓰라린 패배와 분노가 지배적이었지만, 김동현 씨가 남긴 '대표팀이 꼭 32강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희망의 목소리는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변치 않는 염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희망 속에서도 다른 조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대표팀의 남은 월드컵 여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전망 속에 놓이게 됐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글로벌

정치/사회

기업/산업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