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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위기, 글로벌 경제 충격…중국 ‘상대적 승자’ 부상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가운데 중국이 상대적인 수혜국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너지와 비료, 화학제품 가격 급등으로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은 반면, 중국은 에너지 비축과 공급망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제조업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 에너지 비축·청정에너지 기반이 충격 흡수 핵심

2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워싱턴 소재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The Asia Group)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원유와 천연가스 비축량,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를 기반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다른 국가들처럼 급격한 물가 상승이나 정치·경제적 연쇄 충격을 겪지 않으면서 제조업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 국가 통제력 활용해 경제 충격 최소화

아시아그룹은 이번 사태가 중국 정부의 경제 통제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가격 통제와 수출 규제, 산업 보조금, 환율 관리 정책 등을 적절히 활용해 외부 충격을 흡수했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 미국발 공급망 불안, 중국에는 외교적 기회

보고서는 미국이 촉발한 공급망 불안이 중국에는 오히려 외교적 기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자신을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인 파트너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산업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해당 산업은 현재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아시아그룹 공동창립자인 커트 캠벨(Kurt Campbell)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위기의 승자가 중국이라는 결론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 흔들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다.

아시아는 원유의 약 80%, 천연가스의 약 90%를 이 해협을 통해 수입하고 있어 이번 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그러나 충격은 에너지 시장에만 그치지 않았다. 플라스틱과 화학제품 생산에 필요한 나프타, 반도체 공정과 MRI 장비에 사용되는 헬륨,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광물 정제에 필요한 황(Sulfur)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됐다.

▲ 휴전에도 공급망 불안 장기화 전망

미국 정부는 이란과 평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며 한때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도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란과 미국이 다시 군사적 위협과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향후 해협 봉쇄 가능성과 선박 공격 위험이 계속 존재하는 만큼 해상보험료 상승과 우회 항로 이용 확대 등 공급망 비용 증가는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중국도 일부 원자재 의존도는 여전

중국 역시 화학제품과 금속, 합성섬유 생산에 필요한 황과 헬륨, 나프타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다만 중국은 전략 비축유 활용과 정유시설 수출 물량 조절 등을 통해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실제로 중국의 5월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면서 글로벌 시장에는 다른 국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원유 공급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인도·일본·동남아 국가들은 경제 부담 확대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공급망 충격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는 AI 기반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각국의 대응을 검토한 결과 인도는 비료와 연료,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정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도 노동력의 4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만큼 비료 가격 상승과 약한 몬순 가능성이 농업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연료 보조금 규모가 국방예산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과 나프타 부족까지 겹치며 자동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동남아 제조업 경쟁력도 흔들려

동남아시아는 대부분 에너지 순수입국인 만큼 경제적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은 노동자 파업과 함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황산 부족으로 니켈 생산이 감소하고 항공료 상승으로 발리 관광산업도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공급을 중국에 더욱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의 관련 제품 수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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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U20260625493501009 (1)(Photo : [AFP/연합뉴스 제공])

▲ '탈중국' 공급망 전략에도 변수 등장

보고서는 이번 에너지 위기가 동남아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1)' 전략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려던 기업들이 다시 중국의 안정적인 제조 인프라를 재평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미국 직접 영향은 제한적…AI 산업은 부담

미국은 자국 내 에너지 생산 비중이 높아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AI 산업은 예외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아시아 공급망이 반도체와 변압기, 전력설비, 구리 등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 공급망 불안이 미국 AI 산업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위기 장기화 여부가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위기가 얼마나 장기간 지속되느냐라고 분석했다.

커트 캠벨 전 부장관은 이번 사태가 세계 공급망과 각국 경제에 이미 매우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 등은 지금까지 경제 충격을 완화해온 전략 비축 물량을 상당 부분 소진한 상태라며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연료와 산업용 에너지 부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항공유와 디젤 등 여러 분야에서 비축 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며 공급망 불안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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