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한복판에서 나치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간직한 아돌프 히틀러의 벙커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모할 위기에 처하며 도시의 미래를 위한 개발이냐, 흑역사의 상징을 보존할 것이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이 벙커는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 과시를 위해 9천만 마르크, 오늘날 가치로 4억8천200만 유로(한화 약 8천513억원)를 투입해 지은 폭 421m 규모의 초대형 호화 건물이었던 '신제국 총통 관저'의 유일한 지하 흔적이다. 현재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 유적은 아파트 및 사무용 건물 신축 공사를 위해 절반이 철거될 예정으로, 도시 개발과 역사 보존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베를린시 당국은 개발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크리스티안 게블러 건설장관의 발언을 통해 극우 세력의 순례지 악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게블러 장관은 「언젠가 순례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벙커 보존을 막지 않겠다는 역설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역사 보존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베를린시 문화재자문위원회는 지난해 3월 벙커의 문화재 지정을 검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하 역사공간 보존운동 단체 '베를리너운터벨텐'의 디트마어 아르놀트는 강하게 반발하며 「나치 권력 중심지의 마지막 흔적을 허무는 건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천200㎡에 달하는 벙커 공간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