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비용 AI 모델이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딥시크(DeepSeek)가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성능의 모델로 시장에 충격을 준 이후, 글로벌 소비자들은 비싼 미국산 모델과 저렴한 중국산 모델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러한 가운데 베이징 기반의 스타트업 지푸 AI(Zhipu AI, Z.ai)가 지난달 출시한 모델 'GLM-5.2'가 서구권 시장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미니 딥시크 모멘트'
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GLM-5.2는 코딩과 에이전트 기능, 즉 최소한의 프롬프트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 면에서 실리콘밸리의 이목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선도 모델들의 성능을 거의 따라잡으면서도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점에서 '미니 딥시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GLM-5.2는 오픈라우터(OpenRouter)와 같은 서드파티 AI 개발자 플랫폼에서 앤스로픽의 모델을 제치고 사용 순위 상위권에 빠르게 올랐다.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의 스리다르 라마스와미 CEO와 벤처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 등 업계 주요 인사들도 이 모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데이비드 색스 전 트럼프 행정부 AI 차르는 "이제 미국 오픈AI나 앤스로픽의 모델만큼 뛰어난 중국산 오픈 웨이트 모델이 등장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미·중 AI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한 GLM-5.2
GLM-5.2의 뛰어난 성능은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기술 업계 경영진들은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산업 규제가 오히려 미국의 기술 우위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색스는 팟캐스트를 통해 GLM-5.2가 앤스로픽의 오퍼스 4.8보다 아주 약간 낮은 수준이며, 오픈AI의 GPT-5.5와 대등하다고 평가했다.
앤스로픽에 대한 규제와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GPT-5.6' 출시 지연은 중국 모델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더욱 부추겼다.
콩코르디아 AI(Concordia AI)의 브라이언 체 CEO는 "국제 개발자 사회가 미국 기반의 독점 API 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이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폐쇄형 에이전트 AI 도구 사용 시 토큰 비용이 예측 불가능하게 상승하면서, 저렴한 오픈소스 모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 기술적 완성도와 도입의 현실적 장벽
GLM-5.2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LLM 지능 리더보드에서 5위를 기록했으며, 코드 아레나(Code Arena)의 프론트엔드 코딩 순위에서는 2위에 올랐다.
특히 클로드나 GPT 시리즈 등 미국산 폐쇄형 모델보다 약 6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운용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푸 AI의 탕지에 창업자는 지난달 일론 머스크에게 보내는 답글을 통해 내년 1분기 전까지 앤스로픽의 '페이블(Fable)'과 대등한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허깅페이스의 전 APAC 리드인 티젠 왕은 GLM-5.2가 별도의 복잡한 파인튜닝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 앤 플레이' 제품으로 진화했음을 강조했다. 이는 오픈소스 채택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로이터통신/연합뉴스 제공]
▲ 미국 기업들의 보수적인 채택 환경
GLM-5.2의 대규모 도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다. 금융이나 사이버 보안 등 규제가 엄격한 산업 분야의 미국 기업들은 중국 모델 사용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웨이 썬 수석 AI 애널리스트는 "EU와 미국의 경우, 기술적 성능이나 가격과 상관없이 중국 모델을 AI 스택에 포함하는 것을 꺼리는 고객이나 파트너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랜드(RAND)의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 R1 출시 이후 중국 LLM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에서 13%로 급증했다. 다만, 점유율 상승은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베이징과 정치·경제적 유대가 깊은 국가들에 집중되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전환은 더디겠지만, 기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헬로 차이나 테크'의 포 자오 대표는 "오픈AI나 앤스로픽의 즉각적인 대체보다는 부분적인 경로 변경이 예상된다"며, 이번 현상을 개발자 중심의 제한적인 '미니 딥시크 모멘트'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