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인 '카이버(Kyber)'가 제조상의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어진 2028년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가 최근 잇따른 제품 개발 지연에 직면하면서 연간 신제품 출시 전략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보고서를 통해 2027년 공개 예정이던 카이버 랙 아키텍처의 출시가 2028년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 차세대 '카이버'는 AI 데이터센터 핵심 플랫폼
카이버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루빈 울트라(Rubin Ultra)'를 탑재하기 위해 설계된 랙(Rack) 단위 서버 시스템이다.
하나의 랙에 엔비디아의 최고성능 AI 칩 144개를 집적해 하나의 초대형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산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기존 서버와 달리 GPU를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배치하는 컴퓨트 트레이 구조를 적용해 집적도를 높이고 데이터 전송 지연도 줄이는 차세대 설계가 특징으로 꼽혔다.
▲ 핵심 회로기판 제조 난항이 발목
제품 출시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핵심 회로기판(PCB)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제조상의 어려움 때문으로 분석됐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시스템 중앙에서 각 전자 모듈을 연결하는 다층 구조의 PCB 미드플레인(Midplane)이 대량 생산 단계에서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조 문제로 카이버 NVL144 시스템은 2028년까지 출시가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 대형 AI 시스템도 일정 차질 가능성
카이버뿐 아니라 더욱 대규모 AI 서버 시스템의 개발 일정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광통신으로 8개의 랙을 연결하는 초대형 AI 시스템 'NVL576' 역시 출시가 지연되거나 초기 공급 물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클라우드 기업들의 인프라 확장 일정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비디아는 이번 전망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엔비디아[AP/연합뉴스 제공]
▲ 연간 신제품 전략에 제조 한계 노출
이번 출시 연기는 엔비디아가 추진해온 연간 신제품 출시 전략에도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엔비디아는 AI 시장 확대에 맞춰 매년 새로운 GPU와 서버 플랫폼을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제품 성능이 급격히 높아지는 만큼 제조 공정도 복잡해지면서 개발 일정이 생산 능력의 한계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 속도와 실제 양산 능력 간의 균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 대체 설계안도 고객 반대로 무산
엔비디아는 차질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세대 AI 랙 두 대를 연결해 유사한 성능을 구현하는 대체 설계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은 구조가 복잡하고 운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해당 설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고객사들의 강한 반대로 대체 방안도 결국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 AMD·구글 추격 기회 될 수도
카이버 출시가 늦어지면서 경쟁사들이 고성능 AI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현재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 이후 초대형 AI 시스템 확장을 위한 검증된 대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AMD와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구글이 최상위 AI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일부 대형 AI 연구기관들이 자체 설계 칩과 경쟁사 제품을 채택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존 제품 생산은 정상…실적 전망은 여전히 견조
다만 단기적인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세대인 루빈 시스템은 이미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으며, 올가을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8개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에 공급될 예정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하반기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이 월가 전망치를 약 20%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에도 투자자들은 차세대 제품 일정에 주목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 시작 전 거래에서 0.1% 미만의 약보합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