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AI가 대규모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최근 들어 기술 기업 CEO들의 발언은 보다 낙관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AI가 일자리를 파괴하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확산되는 흐름이 포착됐다.
▲ 샘 올트먼 "기술은 맞았지만 사회 변화는 예상 빗나갔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한 컨퍼런스에서 "기술적 예측은 대체로 맞았지만 사회적·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틀렸다"고 밝혔다.
이어 CNBC 인터뷰에서는 그는 "AI 산업은 결국 사람을 모든 과정의 중심에 계속 둘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AI가 노동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던 올트먼 CEO가 AI와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정한 것이다.
▲ 앤트로픽도 "창의성 있다면 같은 인력으로 더 큰 성장 가능"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 역시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
그는 2025년 AI가 초급 사무직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최근에는 AI를 도입한 기업이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모데이 CEO는 "기업은 더 적은 인력으로 같은 일을 할 수도 있고,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며 "후자를 선택하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AI로 인한 장기적인 일자리 감소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기존 우려를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 AI 투자 확대 속 구조조정은 계속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낙관론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동시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동화보다 인간의 생산성 향상이 더 빠르게 이뤄진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타는 지난 5월 약 8천 명의 직원을 감원하며 조직을 슬림화했다.
아마존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앤디 재시 CEO는 최근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AI 확산으로 향후 인력 규모를 줄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단행된 약 1만6천 명 규모의 감원은 AI 때문이 아니라 조직 효율화 차원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 'AI가 일자리 없앤다'에서 '생산성 높인다'로 전환
최근 AI를 둘러싼 기업들의 메시지는 명확하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일자리 종말론'이 강조됐다면 현재는 AI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여 기업 성장과 고용 확대를 동시에 이끌 수 있다는 '생산성 향상론'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도 확인됐다.
EY-파르테논 조사에 따르면 AI 투자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CEO 비중은 올해 1월 46% 수준에서 5월에는 20%까지 크게 감소했다.

인공지능[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실제 AI 투자 기업일수록 고용 증가
실제 고용시장에서도 AI 투자 확대가 곧바로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핀테크 기업 램프(Ramp)와 레벨리오랩스(Revelio Labs)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AI 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한 기업들의 고용 증가율은 AI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유사 기업보다 약 10% 높게 나타났다.
올트먼 CEO도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채용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술기업들은 AI가 기존 직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앞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AI 효과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다만 AI가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지난해 AI가 미국 사무직 근로자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포드는 자동화 품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새롭게 채용했다.
회사 측은 AI를 활용하는 고급 기술 인력이 품질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가 모든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고숙련 인력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 AI 회의론 커져…기업도 투자 효과 검증 단계
AI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시선은 오히려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공동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약 30%만 미국이 AI 혁신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공화당 지지자와 기술 창업자들의 응답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기업 내부에서도 AI 투자 성과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 컨설팅업체 이머전(Emergn) 조사에서는 미국 기업 경영진의 약 20%가 AI 성과 보고서가 실제보다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작성되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조직에서는 실패 사례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거나 부정적인 결과가 축소 보고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 AI 혁신과 현실 사이…도입 속도보다 활용 역량이 관건
전문가들은 AI 기술 자체보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예일대 최고경영자 리더십연구소의 스티븐 헨리케스 선임연구원은 "실적 발표에서는 AI의 잠재력을 강조하기 쉽지만 그것이 실제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과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모리스 슈바이처 교수도 "초기에는 과도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AI를 둘러싼 논의의 분위기가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