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오이디푸스」의 파격 변신부터 클래식과 국악의 짜릿한 융합까지, 총 75편의 혁신적인 작품들로 무장한 2026-2027 시즌을 2026년 7월 8일 공개한 국립극장이 극장장 공석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통의 동시대성'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로 전통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극장은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8월 21일부터 내년 6월 27일까지 이어지는 15번째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신작 19편을 포함해 레퍼토리 12편, 상설공연 14편, 해외초청 2편 등 총 75편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김석일 국립극장장 직무대리는 「AI와 디지털 기술 발전 속 전통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동시대적 가능성을 조명하려 했다」고 이번 시즌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이번 시즌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통의 울림'을 주제로, 전통의 동시대적 재해석과 장르 간 융합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특히 급변하는 예술 환경 속에서 전통 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장르별 혁신은 특히 국립창극단에서 두드러진다. 오는 11월 26일 개막하는 창극 「오이디푸스」는 서양 고전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여성으로 파격 설정해 비극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단장은 「고전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질문을 품고 있다」며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년 6월에는 요나 김 연출의 창극 「춘향」이 다양한 사랑과 인간관계를 조명하며 고전 속 인간 보편의 감정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내년 창단 65주년을 맞이하는 국립무용단은 10월 8일 개막하는 「더블빌: 시나위」로 전통의 원형과 동시대성을 잇는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단장이 이끄는 이번 작품은 거장 배정혜 안무가와 차세대 안무가 배진호(안무 '아라')의 협업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창작춤의 지평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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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 관현악의 역사적 흐름을 되짚고 장르적 경계를 허무는 혁신을 시도한다. 9월 18일 개막하는 「협연의 연대기」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창작 음악의 발전사를 조명한다. 채치성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장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국악 관현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월 25일에는 클래식 지휘자 홍석원과 두 번째 협업 공연 「2026 디스커버리」가 예정돼 있다. 홍 지휘자는 지난해 광복 80주년 기념음악회 이후 다시 한번 국악 무대에 올라 「서양 음악과 우리 전통 음악을 융합시켜 새로운 장르적 혁신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공연도 마련됐다. 백상예술대상 '젊은 연극상' 수상자인 강훈구 연출이 9월 3일 선보이는 무장애 음악극 「옹옹옹」은 고전 '옹고집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강 연출은 「진짜 삶의 의미를 묻는 유쾌한 극」이라며 공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폭넓은 포용성을 강조했다.
박인건 전 극장장 퇴임 이후 극장장 공석이라는 난관과 일각에서 제기된 시즌 준비의 미진함, 보수적 라인업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립극장은 직무대리 체제로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준비해 왔다. 김석일 직무대리는 「새 극장장이 임명되면 미비점을 보완하고,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시즌은 국립극장이 '전통의 동시대성'이라는 뚜렷한 목표 아래 과감한 장르 융합과 사회적 의미를 담은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새롭게 임명될 극장장이 이러한 혁신적 시도들을 어떻게 이어나가고 전통 공연예술의 미래를 이끌어갈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번 시즌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 전통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할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