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예탁증서(ADR) 공모를 통해 약 265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규제당국 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0일(현지시간) ADR 공모가격을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으며,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평가됐다.
이번 자금 조달은 AI용 고성능 프로세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성장 동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 최근 주가보다 2.7% 높은 가격 책정
SK하이닉스는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ADR 공모가격이 최근 3거래일 평균 주가보다 2.7%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종목들은 AI 투자 증가세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가격으로 공모를 마무리하며 시장의 신뢰를 확인했다.
공모가격 발표 이후 서울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초반 2.8% 상승했다. 다만 같은 시간 국내 증시 전체 상승률인 4.5%에는 다소 못 미쳤다.
▲ 공모 경쟁률 7배 이상…높은 투자 수요 확인
이번 미국 ADR 공모에는 모집 물량의 7배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공모가격과 청약 경쟁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내용을 전한 관계자 역시 거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세부 사항이 기밀이라며 신원 공개를 거부했다.
▲ "엔비디아 공급망 핵심"…시장 지배력 부각
기술조사업체 퓨처럼그룹의 다니엘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과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반면 마이크론은 전력 효율성과 미국 내 생산 기반, 후발주자로서의 성장 모멘텀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국내 경쟁사 삼성전자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 규모 기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로고(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14년 투자 결실…HBM 시장 선도
SK하이닉스는 14년에 걸친 HBM 투자 전략을 통해 현재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에는 장기간 투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지만, 현재는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 확대에 따라 HBM 공급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는 한 SK하이닉스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 엔비디아 "최대 파트너 유지"…HBM 공급 부족 지속 전망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SK하이닉스가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종목은 단기 조정을 받고 있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퓨처럼에쿼티의 롤프 벌크 반도체·인프라 부문 대표는 "현재 AI 수요는 데이터센터 CPU 수요가 주도하고 있으며 HBM 수요 역시 매우 강한 상태"라며 "HBM 시장은 올해 약 650억 달러에서 내년 1,200억 달러, 2030년에는 약 2,9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가는 조정받았지만 1년간 680% 급등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2주 동안 약 25% 하락했지만, 지난 1년 동안에는 무려 680% 상승하며 글로벌 반도체 대표 성장주로 자리 잡았다.
지난 9일에는 5% 상승 마감하는 등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상승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실적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 기업가치 부담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직원 1인당 연간 약 57만4,500달러 규모의 성과급 지급이 예상될 정도로 실적 개선 폭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10월 말 7.9배에서 현재 5.5배 수준으로 하락해 이익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호니자산운용의 켄 마호니 CEO는 "SK하이닉스는 생산 규모와 기술 성숙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 선점 효과가 현재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 상장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과제 남아
이번 ADR 공모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이 공동 주관했으며, SK하이닉스의 본 상장은 기존과 같이 한국거래소에 유지된다.
베일리기포드오버시즈, 코튜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투자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는 총 70억 달러 규모의 ADR 매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미국 상장이 국내 주가에 큰 프리미엄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로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여전히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