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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미 소비자물가 3.5%로 둔화…유가 안정에 한숨 돌린 연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고 의류와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확인됐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 상승해 5월의 4.2%보다 낮아졌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3.8%도 밑도는 수준으로, 최근 이어졌던 고물가 흐름이 다소 진정됐음을 보여줬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도 완화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월 대비 사실상 보합을 기록해 인플레이션이 특정 품목이 아닌 전반적인 분야에서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크게 낮아져…시장도 안도

물가 둔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가 발표 이전까지 금융시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40% 수준으로 반영했지만, 발표 이후에는 17%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미국 증시도 상승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9% 오르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그동안 연준 내부에서는 관세와 중동 전쟁,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물가 상승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물가 지표는 최소한 7월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할 근거를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 연준은 여전히 신중…한 달 지표만으로 판단 어렵다

다만 연준은 이번 물가 둔화를 곧바로 인플레이션 종료 신호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이번 물가 지표만 보고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이번 지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연준은 보다 장기적인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전문가들도 6월 물가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을 경계했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크 리드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처럼 낮은 물가 상승률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물가 안정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 의류·자동차보험까지 가격 하락…물가 안정 폭 확대

이번 물가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6월에는 의류와 중고차, 자동차보험, 의료서비스 가격이 전월보다 하락했고 주거비 상승폭도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보험과 무선통신 서비스, 호텔 숙박요금 하락이 전체 물가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품목의 가격 하락이 일시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커 앞으로도 같은 수준의 물가 안정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 2년 만에 월간 물가 하락…근원물가도 제자리

6월은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오히려 하락한 첫 번째 달로 기록됐다. 월간 기준 물가가 떨어진 것은 약 2년 만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 근원물가가 한 달 동안 전혀 오르지 않은 것은 5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일반적으로 장기간의 물가 하락은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일시적인 조정으로 평가했다. 오히려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 국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국제유가 다시 상승…7월 물가는 불확실성 남아

6월 물가를 안정시킨 가장 큰 요인은 휘발유 가격 하락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전달보다 약 10% 낮아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27%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중동 지역 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7월 들어 이란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빠르게 반등했다. 미국 기준 유가는 7월 들어 14% 상승해 향후 에너지 가격이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6월의 물가 안정은 국제유가 일시 하락에 따른 효과가 크게 반영된 만큼 향후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AI 투자와 관세가 새로운 물가 변수로 부상

에너지 가격 외에도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특히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대가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관련 장비 가격은 지난해보다 17% 이상 상승하며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향후 소비자 가격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물가 둔화 흐름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연준의 최종 판단은 추가 지표가 결정

시장에서는 이번 소비자물가 발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연준의 최종 판단은 추가 경제지표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욱 중요하게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아직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4.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 PCE 물가지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발표될 예정이지만 이번 소비자물가 지표가 상당 부분 반영되는 만큼 연준은 이번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면밀히 분석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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