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투자 문턱을 대폭 높였다. 기본예탁금을 기존 1천만원에서 현금 3천만원으로 상향하고, 매매 단위를 현행 1주에서 20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출시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특정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 수요를 진정시키고 손실 위험을 낮추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16일 경제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 논의를 거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 기본예탁금 1천만원에서 현금 3천만원으로 상향
이번 보완방안의 핵심은 기본예탁금 요건 강화였다.
앞으로 개인 일반투자자가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매수하거나 추가 매수하려면 계좌에 현금 3천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했다.
기존에는 기본예탁금 1천만원 가운데 보유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 시가의 70%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1천만원 상당의 주식과 일부 현금만 있어도 투자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식이나 채권 등 대용증권을 기본예탁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현금만 인정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실제로 확보해야 하는 현금 부담이 크게 높아진 셈이었다.
정부는 기본예탁금 상향 조치를 8월 5일께 시행하고, 현금만 예탁금으로 인정하는 조치는 8월 19일께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거래 경험 쌓여도 예탁금 완화 못 한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 거래 경험을 쌓으면 증권사가 투자자의 거래 이력과 위험 수준 등을 고려해 기본예탁금을 완화할 수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서는 거래 경험이 쌓이더라도 기본예탁금 요건을 낮출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위험 관리를 위해 예탁금 기준을 더 높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3천만원 아래로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도록 한 조치였다.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일반적인 투자상품이 아니라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투자자의 손실 감내 능력을 보다 엄격히 확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 매매 단위 1주에서 20주로 확대
매매수량 단위도 현행 1주에서 20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통상 1만∼2만원 수준으로 발행·유통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초주식보다 낮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매매 단위가 20주로 늘어나면 한 번에 거래해야 하는 최소 투자금액이 증가해 소액 단기 거래와 투기성 매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매매 단위 확대는 국내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증권사 전산 개발을 거쳐 오는 11월 시행할 예정이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1/89/1018943.jpg?width=1200)
[연합뉴스 제공]
▲ 출시 두 달 만에 시가총액 11조9천억원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팽창했기 때문이었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 27일 상장 당시 4조4천억원에서 이달 15일 11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거래대금도 출시일 10조4천억원에서 15일 기준 13조원으로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올해 7월 15일 52%까지 확대됐다. 특정 반도체 종목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시장 전체 변동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1/89/1018945.jpg?width=1200)
[연합뉴스 제공]
▲ 반도체 주가 변동성 확대도 규제 배경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점도 정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연율화 주가 변동성은 미국 샌디스크가 131%, 마이크론이 123%, 일본 키옥시아가 118%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113%, 삼성전자가 96%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격히 오르내릴 경우 투자자의 손실이 단기간에 확대될 수 있었다.
횡보장에서도 가격 등락이 반복되면 복리효과로 투자금이 감소하는 ‘변동성 잠식’이 발생할 수 있어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으로 평가됐다.
▲ 신규 상장 중단·광고와 이벤트도 금지
정부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규제 대상에는 레버리지 상품뿐 아니라 단일종목 인버스와 커버드콜 상품도 포함했다.
이미 상장된 상품에 대해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을 즉시 금지했다.
상품 출시 경쟁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시장 과열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조치였다.
▲ 괴리율 관리 기준 3%에서 2%로 강화
ETF·ETN의 시장가격과 실제 자산가치 사이의 차이를 의미하는 괴리율 관리 기준도 강화했다.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의 국내 상품 괴리율 관리의무 기준을 기존 3%에서 2%로 낮췄다.
증권사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괴리율 관리의무를 위반하면 해당 증권사의 신규 종목 유동성공급 업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운용사가 운용하는 ETF가 한국거래소의 적정 괴리율을 위반하면 해당 운용사의 신규 ETF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괴리율이 관리 기준의 두 배를 반복적으로 초과한 상품은 투자유의종목 지정 절차를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단축해 신속히 단일가매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 사전교육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
투자자 교육과 위험 안내도 강화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려는 신규 투자자는 기존 일반 레버리지 교육 1시간과 심화교육 1시간 등 총 2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정부는 최근 시장 상황과 실제 손실 사례를 반영한 사례 중심 심화교육 1시간을 추가해 총 교육시간을 3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챕터별 평가 문항도 확대하고, 중간평가에서 60점 미만을 받은 투자자는 해당 챕터를 다시 학습하도록 의무화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상품을 장기간 보유한 투자자에게 손실률과 장기 보유 위험을 자동으로 안내하는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 해외 상품에도 같은 기준 적용
정부는 이번 규제를 국내 상장 상품에만 적용할 경우 투자 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본예탁금 3천만원과 대용증권 불인정, 교육 강화 등 주요 투자자 보호 조치를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외 상품 간 규제 차이를 줄이면서 투자자의 우회 투자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하고 특정 종목에 집중된 시장 위험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기본예탁금과 최소 거래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당초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과 투자 선택권 사이의 균형이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