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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390조 中 시장 베팅…'약'인가 '독'인가

현재, K바이오 기업들이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국 바이오 시장으로 일제히 향하며 협력의 깃발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하순 베이징에 첫 해외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한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이달 초순 중국 바이오텍 OTR 테라퓨틱스와 항암 신약 후보물질 공동 발굴에 나선 LG화학의 사례처럼, 국내 기업들은 2024년 383조원 규모의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이자 2030년 약 390조원 규모로 성장할 바이오 기술 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러나 풍부한 신약 기회와 효율적인 임상 환경 뒤에는 지식재산권 유출과 공급망 위험, 미중 경쟁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K바이오의 중국과의 동행, 과연 혁신 신약을 향한 '약'이 될까,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될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은 K바이오에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다. 2024년 기준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383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는 중국 바이오 기술 시장 수익이 2023년 약 110조원(742억 달러)에서 2030년 약 390조원(2,6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양회에서 바이오 의약을 신흥 주력산업으로, 바이오 제조를 미래산업으로 제시하며 강력한 육성 의지를 보였다. 23년 만에 의약품관리법을 개정해 혁신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단축하는 등 글로벌 기업 유치 환경도 조성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2025년) 다국적 제약사와 중국 기업 간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약 201조원(1,360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30%가 중국에서 개발될 정도로 후보물질이 풍부하며, 임상시험은 지난해(2025년) 5,21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전년 대비 6.4% 증가). 국내 제약업체 관계자는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에서 신약 후보물질 쇼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 비용도 미국 대비 50~60% 저렴하고 속도가 빨라 첨단 분야(ADC, 이중 항체, CAR-T 등) 공동 개발 파트너로 중국이 부상하는 이유가 됐다.

K바이오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적극적인 협력에 나섰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달 하순 베이징에 첫 해외 R&D 센터를 개소하며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첨단 기술 확보를 모색한다. LG화학은 이달 초순 중국 바이오텍 OTR 테라퓨틱스와 항암 신약 후보물질 공동 발굴을 발표했고, SK바이오팜은 인실리코 메디신과 중추신경계(CNS) 신경면역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중국 CDMO 업체와 바이오시밀러 협력을, 한미약품은 현지 법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며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바이오, 390조 中 시장 베팅…'약'인가 '독'인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거대한 기회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신약 개발 및 시장 개척 기회와 함께 지식재산권 보호, 공급망 위험, 미중 경쟁 같은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제약·바이오 분야의 중국 의존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K바이오 기업들에게 이러한 복잡한 역학 관계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중국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바이오혁신전략팀장은 「중국의 자산, 임상, 시장 접근 역량과 한국의 플랫폼, 제조, 품질 역량을 결합하되, 지식재산권의 귀속·활용 기준을 사전에 협약으로 정해 기술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고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서 선택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협력 채널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K바이오가 세계 2위이자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바이오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단순한 협력을 넘어선 전략적 안목이 필수적이다. 중국의 풍부한 자원과 빠른 임상 역량을 활용하되, 기술 유출 및 지식재산권 침해 위험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협약과 미중 경쟁 구도를 고려한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서의 '선택적 협력'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협력 채널 다변화'를 통해 K바이오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현명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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