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이 올해 3분기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은 동시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출수요는 기업과 가계 주택대출 사이에서 엇갈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2026년 3분기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택 관련 대출과 신용대출의 문턱을 모두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비은행금융기관도 신용카드회사를 제외한 대부분 업권에서 보수적인 대출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가계대출 중심으로 심사 강화
국내은행의 3분기 종합 대출태도지수는 -7로 전망됐다. 지수가 음수이면 대출태도를 완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보다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많았다는 의미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0으로 나타나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11, 가계일반은 -14로 전망돼 가계 부문에 대한 대출 심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조여질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문턱을 높인 것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적 부담이 지속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까지 관리 대상이 확대되면서 차주의 소득과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 기업·가계 신용위험 동반 상승
3분기 국내은행의 종합 신용위험지수는 22로 전망됐다.
대기업은 8, 중소기업은 25, 가계는 19를 기록해 모든 차주 부문에서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됐다.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025년 12월 0.72%에서 2026년 3월 0.81%, 5월에는 1.00%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업 전체 연체율도 0.59%에서 0.84%로 높아졌다.
중동 정세를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과 내수 회복 지연이 중소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와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계 신용위험 역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우려를 반영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금리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득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기업대출 수요 증가…유동성 확보 움직임
국내은행의 3분기 종합 대출수요지수는 17로 전망됐다. 대기업은 6, 중소기업은 25를 기록해 기업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운전자금과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회사채 금리가 상승한 점도 은행대출 수요를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AA- 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연초 3.46%에서 6월 말 4.38%로 상승했다.
시장성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대출을 찾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됐다.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가 대기업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중소기업이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 직접금융시장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매출 부진과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운전자금 수요가 은행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출(Photo : [연합뉴스 제공])
▲ 주택대출 감소하고 신용대출은 증가
가계대출 수요는 자금 용도에 따라 엇갈렸다.
가계주택 대출수요지수는 -6으로 전망돼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지만, 가계일반 대출수요지수는 14로 나타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은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대출한도 축소와 이자 부담 증가가 주택 구매와 임차 자금 수요를 제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일반대출은 생활자금과 증시 투자자금 수요를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가계가 주택 구입보다 생활비 보전이나 단기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대출을 활용하는 경향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가계일반 대출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은행의 대출태도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제 대출 실행 과정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 비은행권도 보수적 대출태도 유지
비은행금융기관은 신용카드회사를 제외한 모든 업권에서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3분기 대출태도지수는 상호저축은행이 -14, 상호금융조합이 -35, 생명보험회사가 -7로 나타났다.
신용카드회사는 0을 기록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상호금융조합의 대출태도지수가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은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관리, 연체율 상승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2026년 3월 기준 연체율은 상호저축은행이 6.65%, 상호금융조합이 5.51%, 신용카드회사가 1.99%, 생명보험회사가 0.43%를 기록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신규 대출 심사와 담보가치 평가가 한층 보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 비은행권 신용위험 모든 업권서 증가
비은행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은 모든 업권에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용위험지수는 상호저축은행이 26, 상호금융조합이 33, 신용카드회사가 7, 생명보험회사가 16으로 나타났다.
일부 취약업종의 업황 부진과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상호금융조합의 신용위험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지방 부동산과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저축은행 역시 부동산 관련 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대출수요는 업권별 차별화
비은행권 대출수요는 업권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상호저축은행의 대출수요지수는 7, 생명보험회사는 2를 기록해 기업 운전자금과 가계 생활자금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상호금융조합은 마이너스 12, 신용카드회사는 마이너스 7로 나타나 대출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과 대출 규제 강화가 상호금융의 수요를 제약했고, 카드론 역시 가계대출 관리와 차주의 상환 부담 증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금융기관이 3분기에도 대출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
가계대출은 규제와 상환능력 심사 강화로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업대출과 생활자금 대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금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대출 문턱을 동시에 높일 경우 중소기업과 취약가계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향후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는 중동 정세와 시장금리, 내수 회복 속도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금리 부담이 지속될 경우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실제 연체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4∼17일 203개 금융기관 여신 총괄 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전자설문, 우편, 인터뷰 등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