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졌던 IBM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IBM의 핵심 사업인 기업용 하드웨어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IBM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부진한 분기 실적을 사전 공개했고, 시장은 이를 성장 둔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집중되면서 주가는 하루 만에 25% 급락해 회사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 AI 투자 확대가 IBM 사업 흔들었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AI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서버 등에 대한 업계의 공격적인 투자로 기업들의 IT 예산이 AI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고객사들이 기존에 도입하던 IBM의 기업용 하드웨어 구매를 미루거나 축소하면서 예상보다 큰 실적 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IBM의 주요 하드웨어는 고객사의 자체 전산시설에 설치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이 중심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생성형 AI 구축을 위해 데이터센터와 GPU 서버 등에 예산을 집중하면서 기존 시스템 교체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 이례적 실적 예고…시장 충격 키워
IBM 이사회는 정식 실적 발표를 기다리기보다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미리 공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는 시장의 충격을 분산하려는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계기가 됐다.
크리슈나 CEO가 "이번 분기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IBM 주가는 하루 동안 25%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2천억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는 단순한 분기 실적 악화보다 IBM의 성장 전략 자체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 시장 관심은 '실적'보다 '가이던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이번 분기 실적 자체가 아니라 향후 실적 전망이다.
IBM은 정식 실적 발표에서 향후 수개월 동안의 사업 전망을 제시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한 가이던스를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IBM이 향후 2개 분기에 대한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는 고객들의 투자 회복 시점을 회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투자 지연인지, 아니면 고객들의 IT 투자 구조가 AI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뀌는 신호인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IBM[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시대 사업 구조 변화 시험대
IBM은 오랫동안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분기 실적 발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었으며, 과거에는 최고경영자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IBM 역시 기존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AI 관련 투자가 확대될수록 기존 기업용 인프라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AI 투자 수혜 기업과 피해 기업 양극화
최근 글로벌 기술업계에서는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특정 분야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 메모리, 클라우드 기업들은 대규모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전통적인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은 상대적으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IBM 사례는 AI 투자 확대가 모든 IT 기업에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 구조에 따라 수혜와 피해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 향후 전략 전환이 기업가치 좌우
시장에서는 IBM의 향후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AI 시대에 맞는 사업 전환 속도를 꼽고 있다.
크리슈나 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고객들의 투자 패턴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구조 변화인지를 설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만약 기업들의 IT 투자 중심이 AI 인프라로 완전히 이동하고 기존 하드웨어 수요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IBM은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