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연구개발(R&D) 예산 운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대학 중심 지원을 축소하고 인공지능(AI)과 개별 연구자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를 과학 연구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는 한편, 연구 자금 배분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 대학 중심 연구지원에서 개인 중심으로 전환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새로운 보고서와 정책 메모를 발표하고 연방 연구개발 시스템을 개인 연구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정부가 운용하는 연간 약 2천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 집행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백악관은 개별 과학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AI 시대 과학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AI를 과학 연구의 핵심 축으로 육성
행정부는 AI를 단순한 연구 보조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끄는 핵심 연구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OSTP 국장과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은 공동 메모에서 "정부 기관들은 AI를 기존 연구 역량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연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AI를 연구 효율화 수단을 넘어 연구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술로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대학 연구비 축소 가능성 커져
이번 정책은 연방 연구비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주요 대학들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백악관은 대학에 일괄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보다 개인 연구자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펠로십과 연구상 프로그램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대학원생 연구 펠로십과 국립보건원(NIH)의 창의적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향후 연구비 배분 과정에서 기관보다 연구자의 역량과 창의성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 정치권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제기
대학들은 연구비 감소뿐 아니라 연구 지원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직면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규정은 정치권이 연구비 지원 여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고, 연구 과제를 행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방 연구과제가 정부 정책 기조와 더욱 긴밀하게 연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 "30년간 같은 방식 반복"…연구 시스템 혁신 강조
마이클 크라치오스 OSTP 국장은 미국의 연구개발 시스템이 오랫동안 변화 없이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30년 동안 동일한 기관에 같은 방식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다"며 기존 연구 지원 체계가 정체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날 아이비리그 소속 한 대학 총장과 새로운 정책 방향을 논의했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Photo : [EPA/연합뉴스 제공])
▲ 행정 절차 간소화도 추진
행정부는 과도한 행정 절차 역시 미국 연구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는 대부분 대학이 연구비를 받은 뒤 연구자에게 재배분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개별 연구자에게 정부가 직접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대학의 행정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행정 업무보다 연구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양자컴퓨터·원전 개발도 국가 전략으로 추진
트럼프 행정부는 AI 중심 연구개발과 함께 국가 차원의 대형 기술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8년까지 고성능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하고,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10기를 착공해 전력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에너지부의 슈퍼컴퓨터와 연구 역량을 민간 기업 및 연구기관과 연계하는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AI를 활용해 난제 해결형 과학 연구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AI 의존 확대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전문가들은 AI 중심 연구 정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생성형 AI 모델은 여전히 오류를 발생시키거나 잘못된 결과를 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연구 과정에서 AI 활용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연구 다양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특정 기술에 연구 자원이 집중되면서 장기적으로 기초과학이나 비주류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