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클라우드 부문의 사상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2026년 자본지출 전망을 다시 상향하고 사상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클라우드와 광고 사업의 성장세는 견조했지만, AI 모델 출시 지연과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 비용이 겹치면서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시장의 관심도 매출 성장 자체보다 대규모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성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 자본지출 전망 150억 달러 추가 상향
2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파벳은 2026년 자본지출 규모를 1천950억∼2천50억 달러로 예상했다.
직전 분기에는 연간 자본지출 전망을 1천800억∼1천900억 달러로 제시했지만, 불과 한 분기 만에 상단과 하단을 각각 150억 달러씩 높였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3년 동안 컴퓨팅 인프라 용량을 크게 늘렸음에도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 관련 설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된 점도 투자 확대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자본지출 확대 발표 직후 알파벳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3% 하락했다.
실적 발표 직후 보합권에서 움직였던 주가가 투자 계획 공개 이후 약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비용 부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음을 보여줬다.
▲ 구글 클라우드 매출 82% 급증
6월 말 종료된 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24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시장 예상 증가율인 64%를 크게 웃돌면서 구글 클라우드는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생성형 AI 모델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클라우드 투자를 늘린 결과로 분석됐다.
구글 클라우드는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이어 세계 3위 클라우드 사업자로 평가됐다.
후발주자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AI 인프라 수요를 바탕으로 대형 고객을 확보하며 격차를 좁히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AI 기업 앤트로픽과의 협력이 클라우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들이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 능력을 확보하면서 구글의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반도체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 광고와 전체 매출도 시장 예상 웃돌아
광고 매출은 816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811억 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전체 분기 매출은 1천198억 달러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인 1천169억 달러를 상회했다.
검색과 유튜브 광고 사업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 역할을 이어가는 가운데 클라우드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다만 조정 주당순이익은 2.85달러로 시장 전망치 2.89달러에 소폭 미달했다. 매출은 예상보다 좋았지만 투자와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 사상 첫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 기록
알파벳은 이번 분기에 59억 달러의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알파벳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한 것은 회사 역사상 처음이었다.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을 넘어섰다는 의미였다.
토머스 몬테이로 인베스팅닷컴 수석 애널리스트는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발생한 상황에서 자본지출까지 추가로 늘린 점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출 증가세가 유지되는 동안 시장이 대규모 투자를 용인하겠지만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진 환경에서는 투자 실패를 감당할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AI 투자 경쟁이 현금창출력 압박
알파벳의 투자 확대는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전반에서 나타난 흐름이었다.
주요 기술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해 7천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기관은 다음 해 관련 투자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알파벳도 2027년 자본지출을 다시 큰 폭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수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클라우드와 AI 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이익을 내는지가 중요해졌다.
기존 광고 사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AI 인프라에 계속 투입하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주주 환원과 수익성 개선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 제미나이 3.5 프로 지연이 경쟁력 우려 키워
구글의 자체 AI 모델 개발은 클라우드 사업 성장과 달리 일부 차질을 보였다.
구글은 차세대 대표 모델인 제미나이 3.5 프로를 당초 6월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출시를 연기했다. 이에 따라 AI 코딩 도구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앤트로픽과 오픈AI는 기업용 AI 기능과 코딩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했고,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신형 모델 출시가 늦어지자 월가에서는 최첨단 AI 모델 경쟁에서 구글이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도 여러 애널리스트가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에게 구글의 AI 경쟁력과 모델 개발 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구글[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피차이 “코딩 분야 개선 필요성 인정했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여전히 여러 AI 기술 영역에서 선두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코딩과 자율형 코딩 분야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구글이 일부 핵심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시장 평가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피차이 CEO는 구글이 제미나이 3.5 프로를 계속 시험하는 동시에 제미나이 4 훈련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모델 개발에 상당한 컴퓨팅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세대 AI 모델에서도 최첨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장은 개발 의지보다 실제 모델 성능과 출시 시점을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 자체 TPU 판매로 엔비디아 의존 완화 시도
구글은 2분기부터 자체 AI 반도체인 TPU의 직접 판매 매출을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TPU는 AI 학습과 추론에 활용되는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GPU와 경쟁하는 제품이었다.
구글은 그동안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고객을 중심으로 TPU를 활용해왔지만, 직접 판매를 통해 반도체 사업의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다.
다만 관련 사업 계약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대부분은 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됐다.
TPU 사업 확대는 구글이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됐다. 동시에 클라우드 고객에게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모델을 결합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
▲ 실적보다 투자 효율성이 주가 변수로
알파벳 주가는 올해 들어 이전 거래일까지 9% 이상 오르며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가운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4월 말 이후에는 제미나이 출시 지연, 핵심 임원 이탈, 규제 압박 등이 겹치며 약 9% 하락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클라우드 성장보다 투자 부담과 AI 경쟁력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됐다.
알파벳의 향후 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매출 성장 속도가 아니라 투자 회수 가능성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클라우드 성장세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AI 사업의 수익화가 빨라진다면 대규모 자본지출은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선제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제미나이 출시 지연이 반복되고 AI 서비스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천문학적인 투자액은 현금흐름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압박하는 요인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