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줬으면 땡’이라는 속담이 법적 현실로 굳어졌다. 헌법재판소가 오늘(2026년 07월 27일) 이미 이행된 증여는 부양 의무 불이행 등 어떤 이유로도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 민법 558조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가족 간 증여의 법적 안정성과 윤리적 책임 사이 깊은 논쟁을 예고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증여자가 서면으로 약속하지 않았거나(민법 555조), 수증자가 부양 의무를 저버렸거나(민법 556조 1항 2호),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현저히 변했더라도(민법 557조) 일단 자녀 등에게 넘어간 재산은 되돌려받기 어렵다는 법률적 해석이 확고해졌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08년 10월 자녀에게 토지를 증여했다가 2023년 극심한 갈등으로 증여 해제를 시도했지만 법원에서 패소한 청구인 A씨의 헌법소원에서 비롯됐다. A씨는 법원 패소 이후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부양의무를 위반한 자녀에게는 증여를 해제할 수 없게 해 부모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며 민법 558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인 A씨가 헌법소원의 쟁점으로 삼은 민법 558조는 ‘해제된 증여의 효력은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민법 555조, 556조, 557조 등에서 증여 해제 사유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증여 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증여를 되돌리기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다. 특히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한 민법 556조 1항 2호의 취지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민법 555조) 및 증여자의 재산 상태 현저한 변경(민법 557조)과 관련한 민법 558조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수증자의 부양 의무 불이행(민법 556조 1항 2호) 관련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 5대 4의 근소한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내렸다.
다수 의견은 증여라는 법률 행위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증여가 무상 행위이며, 일단 이행된 증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지되어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논리다. 이는 증여 계약의 확실성을 보장하고, 재산권 변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법리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김상환, 김형두, 마은혁, 오영준 재판관은 민법 558조가 「부양의무에 관한 우리 공동체의 정의관과 윤리관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녀로부터 증여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한다」고 지적하며, 증여의 본질에는 수증자가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담겨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증여라는 법률 행위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그러나 부양 의무를 저버린 자녀를 향한 부모의 배신감과 재산 반환을 원하는 국민적 법 감정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재산 증여를 고려하는 이들은 단순히 재산을 넘겨주는 것을 넘어, ‘부담부 증여’와 같이 자녀의 부양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